경기회복 전망 흔들리자 몸집 줄이기 나서
'"실업위기'보다 더 심각한 '소득위기' 직면"
'"W자'형 이중침체 빠질 것" 경고도 잇따라
미국의 경기회복 전망이 흔들리고 있다. '통제불능' 평가가 나올 정도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악화하면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로켓 회복'을 주장하지만, 기업들은 'V자'형 반등 기대를 접고 되레 몸집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더욱이 고용 유지를 위한 기업들의 임금 삭감이 길어지면서 가계의 소비 여력 축소에 따른 장기불황 우려까지 나온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현지시간) 전반적인 미국의 경제 상황과 관련, "미국 대기업들이 코로나19발(發) 불황으로부터의 빠른 반등에 대한 희망을 잃어가고 있다"면서 "수개월에 걸친 혼란에 대비하던 경영자들이 이제 몇 년 후를 생각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일시해고는 영구해고가 되고 일시적일 것 같았던 생산 감축 계획도 무기한 연장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항공업계는 그야말로 기대난망이다. 여름 성수기부터 수요 회복을 기대했지만, 남서부 '선벨트(태양이 작열하는 지대)' 중심의 코로나19 폭증세가 가팔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나이티드항공은 미국 내 전체 직원의 45%인 3만6,000명에게 "일시해고될 수 있다"고 통보했고, 아메리칸항공은 직원 2만5,000명에게 "연방정부의 지원이 중단되는 10월부터 일자리가 위태로울 수 있다"고 알렸다. 내달부터 하루 1,000편을 늘리려던 델타항공은 500편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뉴욕 매거진 등을 보유한 복스미디어는 최근 이벤트 사업부문에서 6% 감원을 예고했다. 짐 밴코프 최고경영자(CEO)는 직원들에게 "하반기에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경기가 회복되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점점 더 확실해지고 있다"며 양해를 구했다. WSJ는 이들 기업들의 상황을 전하며 "기업들이 지난 봄에 설정한 전략은 쓸모없게 돼 버렸다"고 진단했다.
코로나19에 따른 불경기로 일시적이었던 감원 조치가 영구적 실업으로 바뀌거나 추가 감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광범위한 임금 삭감이 미국 경제의 숨겨진 리스크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소비자들이 적절한 수준의 소비 여력을 갖추지 못할 경우 경기 회복이 지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연방준비제도(Fed)와 시카고대 경제학자들이 급여 처리업체 ADP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2월 이후 미국 노동자 400만명 이상의 급여가 삭감됐고 수백만명은 동결됐다. 무디스 어낼리틱스는 700만명의 급여가 삭감된 것으로 추정했다. 여기에 노동시간 단축 사례들을 포함하면 2,000만명에 달할 것이란 추정도 나온다. 워싱턴 싱크탱크 균형성장센터의 클라우디아 샴 연구원은 트위터에 "실업위기보다 더 큰 '소득위기'를 맞고 있다"고 썼다.
미국 경제가 'W자'형 이중침체(더블딥)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도 잇따르고 있다. 더블딥은 경기침체 후 잠시 반등하다가 다시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으로 추락하는 현상이다. 미국에선 1980년대 초 2차 석유파동 이후 아직까지 현실화한 적은 없다. 개빈 데이비스 펄크럼 자산운용 회장은 "백신이 가장 빠른 속도로 개발되더라도 남은 3개월간 미국 경제를 코로나19로부터 구하기엔 너무 늦었다"고 경고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도 "현재 20% 가량인 미국 등 주요국의 더블딥 위험이 몇 달 안에 더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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