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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도 방호복도 부족한 병원…내가 할 일은 그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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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도 방호복도 부족한 병원…내가 할 일은 그곳에”

입력
2020.07.20 17:2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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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위의 나이팅게일’ 백영심 간호사, 성천상 수상

2001년 말라위에서 백영심 간호사가 현지 환자를 살펴보고 있다. 중외학술복지재단은 20일 30년 동안 아프리카에서 헌신적으로 의료활동을 펴온 백 간호사를 제8회 성천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JW그룹 제공

2001년 말라위에서 백영심 간호사가 현지 환자를 살펴보고 있다. 중외학술복지재단은 20일 30년 동안 아프리카에서 헌신적으로 의료활동을 펴온 백 간호사를 제8회 성천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JW그룹 제공

“말라위 시골 마을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부자 나라 병’이라고 부릅니다. 이겨낼 수 있으면 다행이고, 아니면 죽는 거라고 담담하게 받아들이죠. 그곳으로 돌아가기 위해 하늘길이 열리길 기다리고 있어요. 제가 할 일이 거기 있으니까요.”

지난 3월 말 말라위 대양누가병원에 필요한 의료물품을 구하러 한국에 들른 백영심(57) 간호사는 코로나19 때문에 발이 묶였다. 국내에 머물면서도 마음은 말라위에 가 있다. JW그룹 중외학술복지재단이 수여하는 제8회 성천상 수상자로 발표된 20일 그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현지 의료진이 이용할 마스크와 체온계, 방호복이 부족해 걱정이다”라며 한국국제협력단(KOICA) 등이 추진하는 코로나19 의료지원 사업에 말라위를 포함해달라는 제안서를 냈다고 했다.

아프리카 안에서도 인구 대비 의료인 수가 가장 적은 말라위 주민들에겐 코로나19가 말라리아나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와 다를 게 없다. 약이 있는 말라리아나 에이즈로도 죽는 사람이 많은 곳에서 약도 없는 코로나19에 뾰족한 방도가 있을 리 만무하다. 백 간호사는 “정부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도 강조하고 있지만, 늘 죽음이 가까이 있는 삶을 살아온 주민들은 오히려 담담하다”고 전했다.

대양누가병원은 말라위 수도 릴롱궤에 있다. 2008년 직접 건립을 추진한 이 병원에서 그는 주변 시골 마을까지 마다 않고 진료를 다닌다. 27세의 한창 나이에 케냐에서 시작한 아프리카 의료활동은 벌써 30년이 됐다. “포기하는 게 있어야 비로소 얻는 게 있다”며 “안정적인 직장과 평범한 생활을 잃었지만, 삶의 목표와 사명감을 얻었다”고 백 간호사는 말했다. 1984년 제주한라대 간호학과를 졸업한 그는 고려대병원에서 일하다 의료봉사를 결심하고 1990년 아프리카로 떠났다.

케냐를 거쳐 1994년 옮겨온 말라위는 환경이 더 열악했다. 특히 극빈 지역으로 꼽히는 치무왈라엔 의료시설과 인력이 전무했다. 백 간호사는 주민들과 함께 흙으로 빚은 벽돌을 쌓아 150평 규모의 진료소를 손수 지었다. 하루 100명 넘는 환자를 보다 한계에 부딪혔을 때 한 기업인의 도움을 받아 대양누가병원을 지을 수 있게 됐다. 연간 20여만명을 치료하는 의료시설로 성장한 이곳에서 백 간호사는 말라위 정부와 협력해 에이즈 예방 사업, 간호대학 설립 등도 추진했다.

2001년 말라위에서 백영심 간호사가 현지 환자를 살펴보고 있다. 중외학술복지재단은 20일 30년 동안 아프리카에서 헌신적으로 의료활동을 펴온 백 간호사를 제8회 성천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JW그룹 제공

2001년 말라위에서 백영심 간호사가 현지 환자를 살펴보고 있다. 중외학술복지재단은 20일 30년 동안 아프리카에서 헌신적으로 의료활동을 펴온 백 간호사를 제8회 성천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JW그룹 제공


제8회 성천상 수상자인 백영심 말라위 대양누가병원 간호사. JW그룹 제공

제8회 성천상 수상자인 백영심 말라위 대양누가병원 간호사. JW그룹 제공


중외학술복지재단은 열악한 나라에 건너가 의료 인프라를 정착시킨 백 간호사의 헌신적 삶이 성천상 제정 취지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성천상 수상자로 간호사가 선정된 건 처음이다. 성천상은 JW중외제약 창립자인 고(故) 성천 이기석 선생의 생명존중 정신을 기리기 위해 2012년 제정됐다. 백 간호사는 “코로나19로 고군분투하는 한국의 간호사들과 말라위 의료진을 대신해 받는 상이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시상식은 다음달 18일 서울 서초구 JW중외제약 본사에서 열린다.

임소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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