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강, '진보적 개념' 담아... 당명에도 반영될 듯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여태껏 보수정당이 ‘가 보지 않았던 길’로 또 한 걸음 내디뎠다. 20일 공개된 새 정강 초안에 5ㆍ18 민주화운동을 포함한 민주화운동 정신 계승을 못박았고, ‘3ㆍ1 독립운동 정신과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정통성’을 명시해 ‘건국절 논란’도 종식시켰다.
김 위원장은 2012년 경제민주화, 평생 맞춤형 복지 등 ‘진보의 것’으로만 여겨졌던 개념을 새누리당(통합당 전신) 정강ㆍ정책에 이식한 주인공이다. 당시 새누리당이 총선, 대선에서 잇달아 승리했던 것처럼, 또 한 번의 과감한 ‘좌클릭’으로 당을 보궐선거와 대선 승리로 이끌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이날 비대위 산하 정강정책개정특위가 공개한 약 2,600자 분량의 정강 초안에서 가장 도드라지는 변화는 역사관이다. 당의 역사관을 정리하는 문제는 특위 내에서도 의견 대립이 가장 첨예했다고 한다. 초안에는 자유한국당과 통합당의 기존 정강에는 언급조차 되지 않았던 ‘민주화운동’과 더불어 2ㆍ28 대구 민주화운동부터 박정희 정부의 유신에 반대한 부마항쟁, 전두환 신군부에 항거한 5ㆍ18 민주화운동, 6ㆍ10 항쟁이 모두 열거됐다. 이와 더불어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새마을운동 등 이른바 ‘한강의 기적’을 이룩한 박정희 전 대통령과 산업화세대의 ‘조국 근대화 정신’도 이어가겠다고 했다. 김병민 특위 위원장은 “진영 논리로 과거를 배척하지 말고, 갈등과 분열을 넘어 국민통합을 위해 노력하자는 뜻”이라고 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정통성’, ‘반만년 역사’ 등을 명기한 것 역시 역사를 둘러싼 정치적 논쟁을 끝내자는 취지다. 통합당은 한국당 시절 이승만 대통령이 취임한 1948년 8월 15일 정부수립일을 대한민국 건국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펴 논란을 일으켰는데, 이런 과거와 분명히 차별화한 것이다.
아울러 특위는 ‘일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고, 일하는 사람이 존중 받으며, 노력한 자에게 합리적 보상이 주어지는 노동시장’을 조성하겠다는 다짐을 새 정강에 분명히 했다. ‘모든 영역이 성인지 관점에서 작동되는 양성평등사회와 성폭력 없는 사회’를 만들겠다고도 했다. ‘노동자의 권리’를 처음으로 명문화하고, 양성평등을 향한 의지를 담아내 ‘사회적 약자와 동행’하겠다는 뜻을 거듭 강조했다.
이날 공개된 정강은 내달 다시 태어날 통합당의 뼈대와 같다. 통합당은 정강에 구현된 가치를 바탕으로 당명과 당 상징색 등 ‘얼굴’도 확 바꿀 예정이다. 국민 공모를 통해 내달 중 확정될 새 당명에는 정강 초안에 여러 차례 언급돼 있는 내일, 미래, 함께 등 순한글 표현이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김 위원장은 보수, 자유, 공화와 같은 한자어는 가급적 쓰지 말자는 입장이라고 한다. 당 핵심 관계자는 “당 상징색도 ‘다양성’과 ‘함께 간다’는 의미가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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