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따리상 흡수하는 중국 "한국 가서 돈쓰지 마"
매출 적자인데 국회에선 '월 2회 휴무' 법안 발의
한국 세계 1위 면세 시장인데…"타격 불가피"
'415만명 vs 47만명'
지난해 5월과 올해 5월 국내 면세점 이용자 수 차이다. 같은 기간 면세점 매출은 2조860억원에서 1조179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큰 손' 따이공(代工ㆍ중국 보따리상)을 비롯한 이용객이 급감한 탓이다. 창고에 쌓인 명품 재고를 반값에 푸는 '눈물의 세일'까지 나서며 면세업계는 비상경영에 나섰지만 대내외 압박에 한숨만 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제2의 홍콩으로 '하이난성(海南省)'을 점 찍고 섬 전체를 면세구역으로 키우고 나선 가운데 국내 정치권에선 면세점 영업일을 제한하려는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어서다.
중국, 면세 굴기 본격화
국내 면세점 업계가 삼중고에 흔들리고 있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상황에서 정책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과의 힘겨운 경쟁에 더해 국내 규제까지 겹치면서다.
20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올해 1~5월 국내 면세점 매출은 6조2,191억원으로 지난해보다 35.8% 감소했다. 면세점 매출은 외국인 비중이 83.5%(2019년 기준)에 달하고 이 중 대부분은 따이공의 지갑에서 나온다. 한국 면세 시장이 24조원으로 세계 1위까지 올라온 것도 중국과 가까운 거리, 철저한 위조품 단속, 가격 경쟁력 등으로 따이공을 대거 유치한 덕분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입국 후 14일 동안 자가격리 체류 비용을 본인이 부담해야 하니 따이공이 한국에 오질 않고 매출도 급감했다"고 설명했다.
이 따이공들을 중국 정부가 하이난성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중국 최남단에 위치한 면적 3만5,000㎢의 섬인 하이난성을 자유무역항으로 육성 중인 중국은 이곳을 방문하는 자국인들을 위한 면세 혜택을 대폭 강화했다. 외환유출을 막고 내수를 진작시킨다는 큰 그림이다.
구체적으로 1명당 연간 면세 쇼핑 한도를 기존 3만위안에서 이달부터 10만위안(약 1,720만원)으로 늘렸고 한 번 방문하기만 하면 6개월 동안 온라인 면세 혜택도 누릴 수 있게 했다. 주요 명품 브랜드들도 반중 정서가 강한 홍콩 대신 하이난성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대표 면세 업체 차이나듀티프리그룹은 2014년 하이난성 개점 이후 2017년 전 세계 매출 8위, 2019년에는 4위까지 올라왔다.
"손님 빼앗길 판국에 월 2회 쉬라니"
아직은 브랜드 취급 수나 한류 연계 상품 등 마케팅 능력이 우리가 앞서 버틸 수 있지만 여행 수요가 살아나지 않는다면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게 면세업계의 목소리다. 여기에 계속되는 정치권의 압박도 걸림돌이다. 21대 국회 개원에 맞춰 현재 대형마트 등에 적용되는 매월 2회 의무휴업, 심야영업 제한 등에 면세점도 포함시키고 추석, 설날 등을 반드시 휴업일로 지정하도록 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 발의)이 발의된 상태다.
업계는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규제입법이라고 비판한다. 면세점 관계자는 "중국이 정책적 지원을 쏟아 부어 구매력이 커지고 해외 브랜드와의 협상력이 강화돼 우리보다 좋은 제품을 싸게 팔게 된다면 굉장히 큰 위협요소"라며 "이 와중에 국회는 법으로 영업을 제한하려 하니 답답할 노릇"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로 휴일에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면세사업에 소상공인 보호가 취지인 유통법을 가져다 대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대기업이 하는 일은 무조건 규제하려는 것으로 밖에 안 보인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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