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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알보다 빠른' 이들의 쇼

입력
2020.07.27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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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에어쇼 참사(7.27)


사상 최악의 에어쇼 참사로 기록된 2002년 우크라이나 에어쇼의 추락 직전 su-27 전투기. 유튜브 화면.

사상 최악의 에어쇼 참사로 기록된 2002년 우크라이나 에어쇼의 추락 직전 su-27 전투기. 유튜브 화면.


권총 총알 속도는, 모델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략 초속 400m 정도다. 시속으로 환산하면 1,440km. 신예 전투기 F-15K의 최고 속도는 마하 2.5다. 시속 2,815.2km. 총알보다 두 배 빠른 셈이다. 전투기 조종사들은 그러니까, ‘총알 탄 사나이’보다 절반쯤 좁은 창공을 누비는 이들이다. 물론 하늘은 넓지만 단위공간에서, 예컨대 기체가 다닥다닥 붙어 날아야 하는 곡예비행에서 파일럿이 느끼는 공간적 압박감은 엄청날 것이다. 그들은 기압차에도 적응해야 한다. 호주 한 항공학교에서 나는, 훈련되지 않은 파일럿이 급상승할 경우 안구의 실핏줄이 터져 피눈물을 흘리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클래식 비행기와 첨단 전투기들의 성능과 기량을 선뵈는 에어쇼는 항공군수산업 최대의 프로모션 행사다. 군산복합경제의 꽃이고, 쇼 파일럿들의 꿈의 무대다. 그리고 인류가 고안한 가장 위험한 스펙터클이다.

항공기가 전투에 투입되기 훨씬 전인 1909년 6월, 프랑스 북부 칼레 인근의 한 공항에서, 라이트 형제의 행글라이드 이래 최초의 에어쇼가 열렸다. 이후 에어쇼는 개별 국가들이 기념일에, 혹은 국제 행사로 빈번하게 열려 왔다. 전투기 성능과 파일럿 기량은 100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이 발전했지만, 에어쇼의 위험은 조금도 줄지 않았다. 오히려 커졌다고 할 수 있다. 속도가 빨라졌고, 관객 기대 수준도 높아졌고, 에어쇼 경쟁도 치열해졌고, 쇼 레퍼토리도 그만큼 현란해졌기 때문이다.

2001~19년 에어쇼 사고는 모두 126건으로 한해 평균 6.63건이 일어났다. 2000년대 내내 한 자릿수였던 사고 건수는 2011년 12건, 2016년 11건이었다. 사상 최악의 에어쇼 참사로 기록된 2002년 7월 27일 우크라이나 공군 창설 60주년 기념 에어쇼는 관람객 77명(어린이 28명)의 목숨을 앗고 543명에게 중경상을 입혔다. 저고도 저속 선회비행 묘기를 선보이던 기체가 추진력을 잃고 객석으로 추락해 빚어진 일이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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