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이 19일 이재용 삼성 부회장 등의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의혹 사건 처리를 두고 극비리에 부장검사 회의를 연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원회가 내린 ‘수사 중단 및 불기소 권고’ 결정을 즉각 수용하지 않고 있는 검찰이 회의 결과를 참고해 이르면 이번 주 내 이 부회장 등의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오후 부장검사 회의를 열어 삼성 합병 의혹 수사 처리 방향을 논의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수사를 진행해온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수사부(부장 이복현)를 지휘하는 3차장검사, 그리고 3차장검사 산하 부장검사 등을 포함해 10여명의 부장검사가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선 이 부회장을 비롯, 삼성 전ㆍ현직 고위간부들의 기소 및 수사 중단 여부 등에 대해 논의가 이뤄졌다. 앞서 지난달 26일 열린 수사심의위에서 ‘이 부회장이 받고 있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에 대한 입증이 쉽지 않았다’는 취지에서 10대 3으로 검찰 수사 중단 및 불기소 권고 의결이 내려진 것에 대한 검찰 내부 숙의 과정으로 보인다. 회의에 참석한 부장검사들은 수사팀의 수사를 검증하고 혐의 입증에 필요한 증거를 확보했는지 여부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반대 의견을 내는 이른바 ‘레드팀’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회의 참석자들은 이 부회장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구체적인 증거의 타당성 등을 따지면서 기소 여부를 집중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수수사에 밝은 한 변호사는 “이 부회장의 기소 여부가 관건이었을 것”이라며“대기업 비위 수사는 정점인 총수를 겨눈 것이라 이 부회장 기소를 미루고 삼성 간부들만 기소하는 시한부 기소중지는 논의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안팎에선 서울중앙지검 측은 이날 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통상 수요일에 열리는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의 주례회의에서 대검 측과 조율해 이 부회장 기소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관측한다.
회의는 앞서 17일 열릴 예정이었지만, 일부 언론을 통해 회의 개최 일정이 알려지자 검찰은 회의를 연기했다. 수도권 검찰청의 한 간부는 “수사심의위 결정을 무시하고 수사팀 의견대로 기소를 강행하기엔 부담이 컸을 것”이라며 “이 부회장을 기소하기 위한 요식행위일 수 있지만, 삼성 수사에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은 만큼 수사심의위 결정에 따르기 위한 명분쌓기 차원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수사의 독립성과 공정성 보장을 위해 도입한 수사심의위 결론을 따르지 않고 뒤집기를 시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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