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색 지우기' 관측... 통합당 "다른 일정과 겹쳤을 뿐"
2016년엔 민주당 비대위원장 자격, 이례적 묘역 참배
19일 서울 종로구 이화장에서 열린 고(故) 이승만 전 대통령 서거 55주기 추모식. 추모식장 한 켠에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명의의 조화가 놓여 있었다. 하지만 내빈석에 정작 김 위원장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당 지도부에선 주호영 원내대표가 참석해 “오늘의 현실을 보면 과연 우리 후손들이 이 어른(이 전 대통령)이 건국하며 세운 대한민국의 이념과 방향을 제대로 지켜가고 있는지 자괴감이 든다”고 추모사를 했다.
김 위원장은 미리 잡혀 있던 ‘개인 일정’ 때문에 추모식에 불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보수 진영에서 그간 이 전 대통령을 ‘국부’로 칭하는 분위기 등을 감안하면 김 위원장 불참에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지난해 추모식에는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통합당 전신) 대표가 참석해 “건국의 아버지로 추앙 받아 마땅함에도 위업이 폄훼되고 홀대되는 현실이 죄송하고 부끄럽다”고 말했다.
때문에 당 안팎에서는 김 위원장의 불참을 '보수색 지우기'의 연장선상으로 해석하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김 위원장은 취임 일성으로 “진보보다 더 앞선 진취적인 정당”이라는 화두를 제시하는 동시에 “보수라는 말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다”면서 그간 보수에 치우쳐 있던 통합당 스펙트럼과 확실하게 선을 긋고 있다. 보수층 지지에 머무르지 않고, 중도층과 진보층까지 아우르려는 김 위원장으로선 이 전 대통령 추모식에 참석해 괜한 뒷말을 만들 필요가 없는 상황인 것이다.
김 위원장은 2016년 1월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를 맡았을 때는 이례적으로 이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해 화제가 됐다. 당시에도 김 위원장 행보를 두고 “과거 민주당 지도부와 차별화된 행보”라는 해석이 나왔다. 지금의 행보와 비교하면 당시에는 보수층을 흡수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는 게 달라진 점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민주주의 파괴” 등을 언급하며 이 전 대통령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진 않았다.
당 내부에서는 이날 김 위원장 불참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려는 모습이다. 당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사전에 잡힌 비공개 일정이 있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민주당 시절 묘역 참배도 어떤 다른 의도가 있어서라기 보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공통의 예우였던 걸로 안다”고 말했다. 당 대표 급이 이 전 대통령 추모식에 참석한 것도 2015년 김무성 전 의원이 새누리당(현 통합당) 대표 자격으로 참석한 이후 지난해 황 전 대표가 처음이었다는 게 통합당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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