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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도 계획 하에"... 생애 정리 서비스, 美 젊은층에 각광

입력
2020.07.19 16: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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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죽음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전대미문의 감염병 위기 앞에 삶을 되돌아보고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이하자는 자성론이 퍼진 것이다. 사진은 '생애 정리 서비스'를 소개한 업체 홍보 글. 홈페이지 캡처

미국에서 죽음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전대미문의 감염병 위기 앞에 삶을 되돌아보고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이하자는 자성론이 퍼진 것이다. 사진은 '생애 정리 서비스'를 소개한 업체 홍보 글. 홈페이지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사망자가 13만명을 넘어선 미국에서 삶과의 아름다운 이별을 위해 미리 죽음을 준비해 주는 ‘생애 정리 서비스(end-of-life service)’가 각광을 받고 있다. 재산 정리, 장례 절차, 유언 등 죽음과 관련된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이런 업체들에 20~40대 젊은 층도 문을 두드리고 있다. 가족이나 친구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품위 있게 생을 마치면서 좋은 기억으로도 남고 싶다는 취지다. 물론 코로나19 사태로 죽음이 일상처럼 다가온 현실을 반영한 풍조라는 해석도 나온다.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보스턴에 본부를 둔 생애 정리 업체 ‘케이크’는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한 2~6월 회원 수가 평소보다 5배나 늘었다. 업체는 ‘죽음 계획(death planning)’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죽음이 현실로 다가왔을 때 어떤 의료 절차를 밟을지, 장례는 어떻게 할지 뿐만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추모되기를 원하는지도 미리 준비해주겠다는 것이다. 서비스를 이용하면 장례식장에 쓰일 음악, 사후에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서 친구들에게 보낼 메시지 등을 사전에 써둘 수 있다.

코로나19 시대 전만 해도 죽음 계획이란 단어부터 생소해 종종 엽기 사이트가 아니냐는 젋은이들의 오해도 있었지만 감염병 사태로 모든 게 바뀌었다고 한다. 이 업체의 공동 창업자인 30대 수엘린 첸은 NYT에 “죽음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금기시하는 분위기가 사라졌다”라며 “젊은이들도 자신의 죽음을 걱정하고, 가까운 이들의 죽음을 애도하면서 생의 마지막을 놓고 고민하는 것을 편안히 받아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케이크를 찾은 20대의 한 회원은 “20대에 죽음을 준비하는 게 이상하게 보일 수 있지만 미리 결정하면 최악의 순간이 왔을 때 가족의 부담을 줄이고 나 자신도 더 평화롭게 죽음에 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랜턴’의 경우도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회원수가 120%가 증가했는데, 대부분 45세 이하이다. 이 업체의 죽음 계획에는 부고 기사를 본인이 직접 써 두는 항목도 포함돼 있다. 창업자 리즈 에디 역시 30대다. 그는 “우리는 지금까지 틈새 시장으로 불려 왔지만, 죽음은 틈새와는 아마 가장 거리가 멀 것”이라며 성장을 확신했다. 실제 이들 생애 정리 회사와 협력하고 싶다는 다른 업체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워싱턴= 송용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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