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대만 TSMC 유치 나서... 삼성전자도 염두
해외 완성품 제조업체와 자국 장비업체 연합
삼성ㆍSK하이닉스 "진출 메리트 없다" 부정적
일본 정부가 자국 반도체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해외 반도체 완성품 제조기업을 유치해 자국 기업과 협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반도체 완성품 시장에서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자국 반도체 생산체제 재건에 나서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요미우리신문은 19일 경제산업성이 대만의 TSMC를 중심으로 공장 유치 활동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TSMC는 한국 삼성전자, 미국 인텔과 더불어 ‘반도체 시장 빅3’로 꼽힌다. 이를 위해 일본 정부는 도쿄일렉트론 등 반도체 제조장비 업체 및 연구기관 등과 공동 개발을 전제로 수년간 수천억엔(수조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상정하고 있다.
일본에는 반도체 제조장비와 소재 부문에서 경쟁력 있는 기업이 많다. 그러나 반도체 완성품 분야에선 한국ㆍ미국ㆍ대만 기업에 한참 밀려 있다. 해외 기업 유치로 국내에 제조 거점을 확보할 경우 반도체 공급이 중단되지 않을뿐더러 이들의 기술과 생산 노하우를 확보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일본 정부가 반도체산업 재건에 착수한 배경은 미중 무역갈등을 계기로 전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 탓에 국가안보와 관련한 제품을 국내에서 생산하는 능력이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은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기술 분야의 생산을 국내 기업만으로 완결하는 체제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단 경제산업성은 대만 TSMC 공장 유치에 적극 나설 예정이다. TSMC는 지난해 11월 도쿄대와 공동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일본과 반도체 개발 분야에서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 외에 한국 삼성전자나 미국 기업과의 협력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일본 정부 내 ‘미래투자회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첨단 반도체 생산 능력은 TSMC 등 대만 기업이 세계시장의 42%, 인텔 등 미국 기업이 28%,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이 18%, 중국 기업이 11%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 등 모바일 단말기를 위한 통신용 반도체는 한국ㆍ미국ㆍ대만 기업의 시장 점유율이 80%에 이른다.
일본에서는 NEC와 도시바 등이 1980년대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기업용 컴퓨터나 서버용 메모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 개인용 컴퓨터(PC)가 시장의 주류가 되면서 밀리기 시작했다. 이후 히타치제작소와 NEC 등의 일본 기업들이 반도체 사업을 통합하면서 반전을 모색했지만 스마트폰 보급 등과 맞물려 연구ㆍ개발 경쟁에 앞선 해외 기업들을 따라잡지 못했다.
국내 업체들은 아직 일본 측 제안이 없었다면서도 향후 일본 진출 가능성은 낮게 봤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구체적인 제안이 들어오면 검토는 하겠지만 일본은 미국ㆍ중국과 같은 큰 시장이 아니어서 신규 투자를 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도 "일본에 진출할 경우 현지 소재나 부품을 활용하는 장점은 있지만, 이 분야도 다변화하고 있어 현재로선 별다른 메리트가 없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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