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 파산, 아시아나 추후 분리매각 시나리오 유력
“플랜B(차선책)가 가동될 시기가 머지 않았다.”
최근 항공업계에서 지난해부터 인수ㆍ합병 계약이 추진된 아시아나항공과 이스타항공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각자 양사 인수에 들어갔던 HDC현대산업개발과 제주항공이 당초 계약완료 시점을 넘기며 서서히 발을 빼고 있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를 감안한 움직임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계약 무산을 염두에 둔 플랜B 가동을 준비하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현산과 제주항공 둘 다 각각 아시아나항공과 이스타항공 인수를 무기한 연기한 상태다. 현산은 지난 달 9일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에 “코로나19로 상황이 많이 달라져 계약을 원점에서 재검토하자”고 한 후 사실상 협상을 중단했다. 2일 러시아를 끝으로 인수 선결 조건인 해외 기업결합 심사 절차가 모두 마무리되자, 금호산업이 인수를 촉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냈지만 현산은 의견조차 없다. 현산은 지난해 12월 아시아나항공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면서 올해 4월 지분취득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제주항공도 현산과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달 16일 “정부의 중재 노력이 진행 중인 점 등을 종합 고려해 최종 결정 시점을 정하기로 했다”며 유보했지만, 사실상 인수포기 시점을 조율하고 있다는 게 업계 대체적인 의견이다.
현산과 제주항공이 인수에 부정적인 이유는 코로나19 탓이 크다. 코로나19가 본격화한 3월부터 여객 수요가 90%가량 급감한 데다, 주요 수익원인 국제선은 현재까지 운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산이 아시아나항공 부채가 올 들어 4조원대로 증가했다고,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의 미지급금 1,700억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할 판이라고 각각 주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두 계약이 깨지면 플랜B 가동으로 항공업계의 대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업계에선 현산이 만약 계약 해제를 선언한다면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과 6개 자회사를 묶어 매각하는 기존 방식을 접고, 매물을 거둬들일 거라는 예상이 나온다. 업황이 불황인 점을 감안, 출자전환을 거쳐 운영경비를 마련하는 동시에 구조조정 등을 거친 후 아시아나항공ㆍ에어부산ㆍ에어서울 등을 각각 매각한다는 시나리오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분리매각하며 몸 값을 낮춰도 코로나19로 인수자가 나오긴 힘들다”며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 외에 자회사 매물을 어떻게 알짜배기로 바꿔놓느냐가 추후 매각의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타항공 인수의 경우 제주항공이 플랜B로 계약 무산을 결정하면, 이스타항공에 대한 정부 지원이 중단될 거라는 주장에 힘이 쏠린다. 그러면 이스타항공은 결국 법정관리에 돌입해 기업회생 또는 청산 절차를 거칠 수밖에 없다.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데다 3분기에도 노선운항이 어려운 만큼, 플랜B가 현실화한다면 이스타항공은 청산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이스타항공 직원 1,600여명이 실직하게 된다. 허희영 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때처럼 이번에도 정부 대책은 사실상 없다”며 “더 큰 문제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제2의 이스타 사태가 이어질 수 있는 만큼, 항공업계 실업에 대한 대안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