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국 작가 말하기 전도사로? '전향'한 까닭은
약간의 의지만 있다면 누구나 작가가 되고 유튜버가 되는 시대. 말과 글의 대중화ㆍ민주화가 그 어느 때보다 꽃핀 시대다. 그래서일까. 출판 시장에서도 말 잘 하고 글 잘 쓰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 자기계발서의 대세로 떠오른 지 오래다. 그 중에서도 강원국 작가는 이미 검증된, 흥행 보증수표다.
역대 대통령 중 최고 달변가로 꼽히는 김대중ㆍ노무현 두 대통령의 연설문을 제일선에서 다듬었고, 굴지의 대기업 회장님 메시지도 그의 손을 거쳤다. ‘대통령의 글쓰기’와 ‘회장님의 글쓰기’로 리더의 말과 글을 다뤘던 그가 이번엔 평범한 장삼이사들의 말과 글을 책임지겠다며 또다시 책을 냈다.
‘나는 말하듯이 쓴다’(위즈덤하우스). 제목 자체가 강 작가의 핵심 메시지다. “말과 글은 함께 가야만 힘을 내는 쌍두마차예요. 글 잘 쓴다고 해서 말을 잘 하진 못해요. 말을 청산유수로 쏟아내도 글이 영 아닌 사람도 있고요. 말을 할 때는 글 쓰듯, 글을 쓸 때는 말하듯, 그게 가장 확실한 비법이죠.”
아니, 결국 뭐든 다 잘해야 한다는 얘기 아닌가. 그래서 다시 물었다. 말과 글, 그래도 둘 중 뭐가 먼저일까. 20년 넘게 '글쟁이'로 살아온 강 작가의 답은 의외였다. “글보다는 말이에요. 말을 먼저 많이 해야 그게 글로 나와요.”
그는 이번 책을 통해 '글쓰기 전도사'에서 '말하기 전도사'로 거듭나려는 의지를 보였다. “말하기를 통해서 제 인생이 달라졌거든요. 말하기가 강원국의 인생에서 강원국을 살려냈죠."
그는 자기 인생에서 ‘나’를 드러냈던 적이 드물었다. 글 잘 쓴다고 내내 칭찬받았지만 그건 내 글이 아녔다. 대통령과 회장님, 늘 그 분들 뜻을 헤아리기 위해 이리저리 머리를 굴렸다. 눈치 빠른 사람이 되려 많이 읽고, 많이 들었지만, 내 글을 위한 게 아녔다.
말은 더욱 삼갔다. 침묵이 미덕이고 말하는 게 손해인 시대에서 “말하기는 큰 두려움”이었다. 그가 입을 떼기 시작한 건, 대통령과 회장님의 그늘에서 벗어나 강원국,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드러내면서부터다.
“처음엔 서툴긴 했지만 내 말을 조금씩 하다 보니까 내 생각을, 내 자신을, 내 인생을 새롭게 찾게 된 기분이었어요. 말하기가 아니었다면, 제 인생은 죽을 때까지 듣기만 하고 받아 적기만 하다 끝났을 겁니다.” '투명인간이 존재감을 찾아가기 위한 편력의 기록'. 이런 글이 저자 소개의 마지막 문장을 차지하는 이유다.
말하기의 가장 큰 미덕은 '주체성'과 '공유'다. “말 잘 하기 위해 많이 듣고 읽는 것도 물론 중요하죠. 하지만 그건 이미 남들이 만들어 놓은 걸 소비하는 행위예요. 내 생각을 내놓는 건 결국 말하기죠. 말하기는 남과 공유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더 나은 대안을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읽기, 듣기, 글쓰기보다 훨씬 더 힘이 센 거예요.” 사공이 많을수록 배가 산으로 간다? "그건 옛 말이죠. 가족, 직장, 사회, 그 어떤 관계, 어떤 조직이건 서로 계속 말을 해야 진화하고 발전하고 성장해요."
하지만 어디 내 목소리 내는 게 쉽던가. 부당하고 억울해도 평범한 '을'들에게 말하기란 때론 인생을 걸어야 할 일이기도 하다. “맞아요.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분리돼 있다는 거죠. 소수가 말하고, 다수는 듣고만 있어요. 한국 사회가 앞으로 나아가려면 일단 말하기에서부터 평등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해요.”
말의 품격도 높여야 한다. 정치인, 교수 등 사회지도층은 제 하고 싶은 말을 쏟아낸다. 갈등과 대립, 혐오를 선동하는 말은 그 자체로 공해다. “말 같지 않은 말이 사회를 점령할 때 가장 큰 부작용이 말해야 될 사람은 말을 않고, 안 해도 되는 사람만 떠들게 되는 거예요.” 그는 정치인들의 말 중 유독 듣기 싫은 말이 있다. “국회의원들끼리 서로 '존경하는 의원님'이라 불러주는 거요, 그거 제발 안 했으면 좋겠어요." 존경받을 만한 언행부터 해야 한다는 얘기다.
책에는 말 잘 하고 글 잘 쓰기 위한 여러 스킬이 나온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중요한 건 말을 잘하고 싶다고 '마음을 먹는 일'이다. “우리 스스로 ‘관종’이 됐음 해요. 자기 말을 하고, 그걸로 자기를 드러내면서 영향력을 스스로 키워 나가는 ‘관종’이요. 크든 작든 마음 속에 다들 불덩어리 하나씩 가지고 있지 않아요? 담아 두지 말고 일단 말하세요. 그래야 힘이 생겨나고, 또 말을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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