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소년' 장관을 믿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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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기 소년' 장관을 믿으라?

입력
2020.07.19 18:00
수정
2020.07.20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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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진
황상진논설실장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국토교통위원들과의 당정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집값 안정' '집 팔라' 3년 메시지 공연불
시장에선 '정책 반대로 가야' 인식 팽배
문책 인사, 정책 대수술로 신뢰 찾기를

교육(입시)ᆞ부동산은 초민감 이슈다. 교육은 자식의 미래가 걸린 문제고, 부동산은 재산적 이익과 직결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보수니 진보니 하는 이념적 철학이나 신념의 추구는 우선 적용 대상이 아니다. 적어도 장삼이사(張三李四)들에겐 그렇다. 신념의 현실화를 추구하는 정책 권력자들과는 다르다. 관련 정책이 내 자식과 재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가 1차 관심사다.

해서 두 분야 정책 수립ᆞ결정은 쉽지 않다. 수많은 이해가 충돌하고, 불만이 아우성치니까. 정책이 사회가 나아갈 방향성은 정하지만 미세한 개별 내용까지 챙길 순 없다. 반면 교육ᆞ부동산 문제와 결부된 욕구는 모두 개별화ᆞ파편화해 있다. 정시모집 확대가 맞다고 보지만 내 자식이 불리하면 불편하고, 부동산 규제 강화에 공감하지만 내가 낼 세금이 오르는 건 싫다. 인지상정이다.

다른 분야도 그렇지만 교육ᆞ부동산 정책은 특히 국민 신뢰를 얻는 게 최우선이다. 그게 A고 Z다. 정책은 제시한 목표와 방향에 다수가 동의해야 힘이 실린다. 문재인 정부 교육 정책은 성적순 줄세우기 교육 지양, 부동산 정책은 집값 안정과 실수요자 보호가 목표다. 틀렸나? 아니 맞다. 그래서 절반의 유권자들이 지지했다. 하지만 임기 2년도 채 남지 않은 지금, 두 분야 정책 행보는 오락가락이거나 외곬 일방통행이다. 정책 신뢰는 바닥이다.

정부는 출범 초 수능 절대평가 전환, 외고 자사고 등 폐지, 유치원ᆞ어린이집 방과후 영어교육 금지 등을 추진했다가 거센 논란에 유예하거나 뒤집거나 축소했다. ‘조국 사태’로 ‘공정’ 이슈가 불거지자 허겁지겁 정시모집 확대를 결정했다. 학생부종합전형이 문제면 학종을 개선하면 될텐데, 수시 확대로 정착돼 가던 공교육 정상화에 역행했다. 아이들은 실험용 쥐가 됐다. 코로나 사태까지 겹치자 고교생들은 스스로를 ‘저주받은 세대’라고 자조하는 지경이다.

부동산 대책 발표 때마다 정부는 ‘집값 잡겠다, 집 팔아라’고 했다. 대책의 실효를 따지기 앞서 결과만 놓고 보자. 그래서 집값 내렸나? 다주택자 압박은 세제 혜택으로 힘을 잃고 매물 잠김 현상을 불렀다. 강남 집값 잡기는 비강남ᆞ수도권으로 집값 상승을 확산시켰다. 국토부 장관이 팔라는데, 청와대나 내각의 누구도 강남 집 팔지 않았다. 오죽하면 그 말 믿고 강남 집 팔았다가 2년 새 11억원을 손해본 김상곤 전 교육부장관에게 동정이 쏟아질까. ‘어공’과 ‘늘공’이 그걸 모를까.

그럼에도 국토부 장관은 정책 실패 인정이나 사과가 아니라 “부동산 정책이 종합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자화자찬을 하거나 엄포만 놓고 있다. 공시가ᆞ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으로 세금 부담이 커졌는데 1주택자 세금 증가는 없단다. 그 사이 ‘기회 드릴 때 집 팔라’는 3년 전 발언 동영상이 급속히 퍼지고, 과거 발언들은 거짓말 낙인이 찍혀 실검 1위에 올랐다. 국민의 믿음을 얻기는커녕 조롱과 야유의 대상이 된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그를 신뢰한단다. 진짜 문제의 출발점은 그 지점이다. 2년 전 교육 정책 혼선의 책임을 물을 때처럼 이번에도 청와대는 밍기적거리기만 한다.

부동산 대책 22번이면 지금쯤 1주택 소유의 기대가 퍼지고 다주택 투기는 확연히 줄었어야 마땅하다. 결과적으로 거짓과 허언(虛言)이 돼버린 당국자들의 ‘신념에 찬’ 발언과 똘똘한 한 채에 대한 경험적 믿음을 떨치지 못하는 권력자들의 행태에 박탈감과 배신감을 느끼는 이들은 이제 아예 정부 정책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어물쩍거릴 때가 아니다. 정책도 사람도 근본적 검토와 쇄신이 있어야 신뢰를 얻는다. 국민과 시장에 먹히는 방향으로 말이다.

황상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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