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건강검진을 받고 나서 결과 상담을 하다가 당뇨병은 아니지만 혈당이 다소 높다는 설명을 듣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는 무슨 뜻일까.
‘2019 당뇨병 진료지침’에 따르면 정상 혈당은 8시간 이상 음식을 먹지 않은 상태에서 측정하는 공복혈당이 100㎎/dL 미만이고, 75g의 포도당을 섭취한 지 2시간 후 혈당이 140㎎/dL 미만일 때다. 당뇨병의 진단 기준은 당화혈색소 6.5% 이상이거나 공복혈당 126㎎/dL 이상이거나 75g의 포도당을 섭취한 지 2시간 후 혈당이 200㎎/dL 이상이거나, 다뇨, 다음, 설명되지 않는 체중 감소 등 전형적인 당뇨병 증상이 있으면서 무작위 혈당이 200㎎/dL 이상일 때다. 당화혈색소는 지난 2~3개월 동안의 혈당이 얼마나 잘 조절되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검사다.
이러한 정상 혈당의 기준과 당뇨병 진단 기준을 살펴보면, 양쪽 모두에 해당되지 않는 혈당 범위가 존재한다. 공복혈당이 100~125㎎/dL로 측정되는 공복혈당장애와 75g의 포도당을 섭취한 지 2시간 후 혈당이 140~199㎎/dL로 측정되는 내당능장애다. 당화혈색소 5.7~6.4%에 해당할 때도 당뇨병전단계(당뇨병 고위험군)로 정의한다.
이 세 가지 경우를 전당뇨병이라고 한다. 혈당이 정상보다 높지만 당뇨병 진단 기준보다 낮은 상태다. 전당뇨병인데도 방치하면 췌장 기능이 떨어져 제2형 당뇨병이 될 가능성이 높고, 심혈관질환, 콩팥질환, 실명, 고혈압, 말초신경병증 등이 생길 위험이 높아진다.
대한당뇨병학회에 따르면, 2016년 30세 이상 가운데 당뇨병 환자는 14.4%였고, 전당뇨병 환자는 25.3%였다.
사실 제2형 당뇨병 환자는 대부분 전당뇨병 단계를 거친 후 당뇨병 진단을 받게 되지만, 전당뇨병 단계에서는 증상이 없어 인지하지 못하고 대개 혈당검사로 알게 된다. 45세 이상, 복부비만이 있거나, 운동하지 않거나, 이상지질혈증이 있거나, 수면장애가 있으면 전당뇨병이 될 위험이 높아진다.
전당뇨병을 치료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체중을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한 연구에 따르면, 체중을 5~10%만 줄여도 정상 혈당으로 되돌리고 당뇨병 위험을 낮출 수 있다. 이를 위해 식사량을 줄이고, 지방ㆍ당 함량이 높은 음식을 제한해야 한다.
그리고 주 5회 이상 빠른 걷기를 하거나 하루 만보 걷기를 실천하고, 주 2회 이상 근력운동을 병행해야 한다. 걷기는 에너지를 태워 체지방 감소를 돕고, 근력운동은 근육량을 늘려 혈당을 낮추고 기초대사량을 높여 에너지를 더 많이 태우게 한다.
흡연자는 금연해야 한다. 흡연은 당뇨병 발생 위험을 30~40% 높이고, 당뇨병성 망막증이나 심혈관질환과 같은 합병증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
이러한 생활습관 교정을 수개월 이상 실천했는데도 전당뇨병이 개선되지 않고, HDL 콜레스테롤이 낮거나 중성지방 수치가 높거나 당뇨병 가족력이 있거나 비만하다면, 메트포르민 약을 처방받아 복용할 수 있다. 여러 임상 연구에서 비만한 전당뇨병 환자가 메트포르민을 먹으면 당뇨병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전당뇨병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10년 내에 제2형 당뇨병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식사 조절과 운동 등 생활 습관 개선으로 전당뇨병은 대부분 개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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