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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선별진료소 의료진. 연합뉴스
대한 응급의학회가 주최한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한 응급실의 개선 방안' 토론회에 참가했다. 6개월째로 접어든 응급실의 코로나19 방비를 점검하고 향후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응급실은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큰 혼란을 겪었다. 선별 진료소는 건강한 사람들이 검사를 위해 찾아왔으며 워킹 스루나 드라이브 스루처럼 최소한의 접촉으로 진료를 할 수 있었지만, 응급실은 접근부터 달랐다. 환자들은 다양한 증상과 목적으로 방문하지만 모두가 감염 가능성이 있었으며, 상태가 나빠 퇴원해서 검사 결과를 기다리기 어려웠다. 발열, 호흡기 증상, 후각 마비 등 넓은 범위의 환자가 모두 감염 의심 환자였고, 음성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모두 감염 환자에 준해서 진료해야 했다. 이 환자들을 방역 장비를 갖춰 입고 음압실에서 진료하는 프로토콜이 병원 내 전파를 막는 핵심이었다. 각 병원 응급실은 음압실을 확충하며 끊임없는 논의를 거쳐 나름대로의 시스템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응급실은 노력에 비해 많은 주목을 받지 못했다. 모든 발열 환자를 코로나19 감염에 준해서 진료했지만, 실제 감염 환자는 그중 극소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노력이 병원 내 전파와 지역 사회 감염을 막았다. 이를 위해 초반 이송 체계와 격리 기준이 확립되기까지 많은 혼란이 있었고, 이전에 비해 환자를 진료하는데 곱절의 노력이 들었다. 또한 기존 질환이 있던 환자들의 고통과 희생 또한 컸다. 그럼에도 전국의 모든 응급실이 기준을 세워가며 코로나 방비에 나선 것은 대단한 성과였으며, 시민 의식의 도움도 빼놓을 수 없다. 토론회에서는 그 혼돈스러운 과정과 현재의 고충, 개선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그간 새로운 체계에 많이 적응되었다는 이야기도 나누었다.
이번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의료계는 전국의 모든 발열 환자에게 코로나19 검사를 시행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체계는 계속 보완이 이루어지며 검사나 격리 기준이 더 엄격해지고 있다. 높은 전파력과 잠복기 감염 때문에 당장 코로나19 종결은 어려워 보이지만, 환자가 가파르게 늘어나지 않는 것은 행정기관과 의료진이 시스템을 궤도에 올렸기 때문이다. 시민 의식이 보탬이 되고 지금과 같은 수준의 방비를 유지한다면 대규모 환자 발발은 다시 일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실제 이후 많은 지역 사회 감염은 전국적 대유행으로 번지지 않았다.
토론회에서 나온 말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아니라 '위드(with) 코로나 시대'를 논할 때라는 것이었다. 코로나19는 당장 종결될 수 없으며, 우리가 준비해야 하는 것은 장기전이다. 이미 응급실의 진료 패러다임은 그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게 바뀌었다. 하지만 그 자리에 있던 의료진에게 지속적으로 과중된 업무가 주어지고 있다. 또한 코로나19가 아닌 다른 환자들의 희생도 분명히 논의되어야 한다.
이미 코로나의 경각심은 사라졌고, 많은 경제 활동과 여가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의료진의 한 사람으로서 다른 사람들의 일상이 회복되는 것은 긍정적이다. 그것을 위해서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일상을 지탱하기 위해 곱절로 노력하거나 고통받는 사람들의 지속 가능성을 논할 때고, 실질적 도움이 필요하다. 코로나19는 앞으로도 한동안 이 사회와 함께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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