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쥐의 간 분리, 이토록 깔끔하게 실험하나"
우한 초등생 2명 항암 연구 수상논문에 의혹 불거져
'아들 논문 대필' 생물학 박사 부모 실토에도 비난?
매년 1,000만명 청소년 참가... 전국 대회 공신력 흔들
중국 초등생의 '스펙 쌓기용' 대리논문을 둘러싼 논란이 복마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생물학 박사 부모가 아들의 유전자 연구논문에 관여한 사실을 실토한 데 이어 또 다른 수상자의 논문에 대해서도 당국이 조사에 착수했다. 연구 윤리와 공정 경쟁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면서 정부 주관 대회의 공신력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중국 전국 청소년과학기술혁신대회 주최측은 16일 "후베이성 우한의 초등학교 5학년과 3학년 학생이 공동으로 제출한 논문에 대해서도 의혹이 불거져 진상 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두 학생은 녹차에서 추출한 폴리페놀로 항암효과를 입증하는 실험논문을 제출해 3등상을 받았다. 이들은 쥐의 종양을 대상으로 삼았는데, 인터넷에 공개된 논문을 본 네티즌은 "아이들이 어떻게 쥐의 간을 분리해 이토록 엄격하고 깔끔하게 실험을 진행하면서 자료를 처리했는지 알 수 없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실험에는 20여마리의 생쥐가 동원됐다고 관영 글로벌타임스가 17일 전했다.
앞서 윈난성 쿤밍시의 초등학교 6학년생 천(陳)모 군은 'C10orf67' 유전자가 결직장암 발병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를 규명하는 유전자 관련 연구논문으로 지난해 이 대회에서 3등상을 받았다. 해당분야 전공자들도 어려워하는 석사급 논문이었다. 하지만 부모가 생물학 박사 출신인 중국과학원 쿤밍동물연구소 연구원으로 드러나 의혹이 증폭됐고, 조사 결과 대리 논문으로 밝혀져 수상이 취소됐다. 천 군의 부친은 "논문작성에 과도하게 관여했다"며 "아이도 이미 큰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사과했지만 비판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에 자녀의 명문대 진학을 위한 도구로 전락해버린 대회 자체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 2018년 고교부문 1등상을 받은 논문이 의대 석사논문 일부를 도용했다는 지적이 일어 수상자가 조사를 받은 사실도 뒤늦게 드러났다. 중국 교육부와 과학기술부 등이 주관하는 가장 권위 있는 청소년 과학경진대회로 전국에서 매년 1,000만명의 초ㆍ중ㆍ고교생이 참가하고 있지만, 수상에만 눈이 먼 일부 부모의 욕심 때문에 속은 곪아 있었던 것이다. 중국에서 이 대회 수상자는 사실상 원하는 대학 입학을 보장받은 것이나 다름 없다고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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