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새로운 제안, 북한 호응 여부가 관건
독립기념일 DVD 전달 고리로 북미 접촉 재개 가능성도
미국이 '실속 없는 3차 북미정상회담은 없다'는 메시지를 연이어 발신하고 있다.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운신의 폭이 좁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성과 담보 없이 깜짝쇼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는 의미다. 반대로 '실속이 있으면' 언제든 북미 비핵화 협상 재개가 가능하다는 역설적 속내도 엿보인다. 미국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올 전략을 어떻게 구사하느냐에 따라 ‘10월의 서프라이즈’ 성사 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여지 남긴 美… '가을 아시아 만남설' 솔솔
미국 조야의 북미정상회담 군불 때기는 며칠째 계속됐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16일(현지시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달성할 수 있는 무엇인가가 없다면 그들을 만나게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북한 비핵화라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자리에 도달하면, 두 사람을 만나게 하는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하루 전에도 폼페이오 장관은 '진정한 진전을 이룰 수 있다는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믿을 경우' 3차 북미정상회담이 가능하다고도 했다. 북미 간 합의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에 도움이 될 만한 '확실한 성과' 수준이라면 얼마든지 북미 정상이 만날 수 있다는 얘기로 들린다.
해리 카지아니스 미 국익연구소(CNI) 한국담당 국장도 16일 잡지 '아메리칸 컨서버티브' 기고문에서 "백악관이 대선 전 북한과의 합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새로운 제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백악관과 국무부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팀은 북한의 핵 생산시설 해체와 미국의 제재 완화 패키지 등을 고려하고 있고, 양보를 교환할 의향이 있다"고 전했다. 북미 실무자들이 '새로운 협상안'을 만들어 내면 이번 가을 아시아에서 3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희망이 있다는 게 카지아니스 국장의 시각이다.
"DVD 갖고 싶다" 김여정 직접 등판할까
문제는 불확실성이다. 북한 입장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여부를 알 수 없는데 지속력을 담보 받지 못한 협상에 나서는 건 일종의 도박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확실한 성과' 없이 사진 찍기용 협상에 나섰다간 선거에 되레 역풍이 불 수 있다. 북미 모두 당분간 상황 관리만 할 것이라는 판단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러나 북미가 대화의 문을 열어놓은 데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지난 10일 담화에서 "미국의 독립기념일 행사를 담은 DVD를 꼭 얻고 싶다"고 언급한 게 의미심장하다. 유튜브 등을 통해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영상을 굳이 'DVD로 얻고 싶다'고 한 것은 북미 간 접촉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방한했던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8일 "김 위원장이 협상 권한이 있는 사람을 임명해달라"고 하자 이틀 뒤 김 제1부부장이 등판한 점이 눈에 띈다. 김 제1부부장이 "(DVD를 얻는 건) 김 위원장에게 허락을 받았다"고 말한 만큼 향후 북미 협상을 이끌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정부 소식통도 17일 "현재 상황에선 미국의 메시지가 북한 최고위층에 직접 전달돼야 북미가 마주 앉을 가능성이 커진다"고 봤다. 7월 4일 독립기념일 행사 DVD의 시의성을 따질 때 1, 2개월 내 미국 측이 DVD와 트럼프 대통령 친서를 전달하겠다며 판문점 북미 접촉을 제안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美 새로운 제안이 변수... 韓 중재자 역할 커질 듯
관건은 미국의 새로운 제안과 북한의 호응이다. 북한은 이미 '하노이 노딜' 이후 몸값을 높였다. 비핵화와 제재 맞교환이 아닌 체제 안전 보장을 우선한다. 북한이 영변 이외 추가 핵시설 폐기를 수용하면 미국이 제재를 부분 해제하는 '스몰딜+알파(α)'가 새로운 협상안으로 거론되지만, 북한의 요구와는 거리가 여전하다. 특히 북한이 대북적대시정책 철회를 내걸며 ‘대화 재개 문턱’을 끌어올린 것도 변수다. 미국이 전향적인 협상안을 내놓지 않는 한 북한이 호응할 가능성은 낮다는 얘기다.
게다가 미국이 3차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전략까지 완성한 단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정부 소식통은 “미국도 대북 제안에 대한 구체적 아이디어는 아직 없는 것 같다”면서도 “북미 모두 대화 가능성을 차단하진 않은 만큼 8~10월 사이 물밑 움직임이 바빠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외교안보라인 재정비를 마치는 한국도 8월 이후 본격적인 북미 대화 중재ㆍ촉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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