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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ㆍ떡볶이ㆍ삼각김밥…베트남서 'K푸드' 왜 먹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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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ㆍ떡볶이ㆍ삼각김밥…베트남서 'K푸드' 왜 먹힐까?

입력
2020.07.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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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인기에 현지화 전략ㆍ마케팅 차별화로
베트남 입맛 사로잡은 'K푸드'

베트남 호찌민에서 판매 중인 죠스푸드의 분식. 우아한형제들 제공

베트남 호찌민에서 판매 중인 죠스푸드의 분식. 우아한형제들 제공


'떡볶이, 만두, 삼각김밥.'

요즘 베트남에서 인기 있는 대표적인 한국 음식들이다. 한국 토종 식품 브랜드와 유통 업체가 베트남에서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는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 드라마 등 한류 인기로 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를 놓치지 않고 치밀한 현지화와 마케팅 전략을 펼친 결과물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B급 마케팅+배달, 베트남서도 먹히네

'죠스떡볶이'로 유명한 분식 프랜차이즈 죠스푸드는 지난해 11월 베트남 호찌민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보통은 상권분석을 통한 입지 선정부터 식자재 수급, 현지인 고용과 교육까지 신경 쓸 부분이 한둘이 아니지만 죠스푸드는 공유경제 모델을 택했다. 이미 베트남에 진출해 있던 배달의민족이 운영 중인 공유주방 공간만 빌려 요리를 하고 판매는 배달의민족 앱으로 배달 주문만 받는 방식을 택한 것. 요즘 하루 배달 주문 건수만 최대 300건일 정도로 반응이 좋다. 플랫폼 기업과 오프라인 기업이 협력해 초기 비용을 줄이고 현지화에 성공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오토바이 문화가 발달한 베트남에서 배달 서비스가 통할 것이란 계산은 누구나 가능하다. 문제는 배달 앱 자체가 알려져야 떡볶이 주문도 들어온다는 점이다. 배달의민족은 앱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한국에서 효과를 톡톡히 봤던 특유의 'B급 감성' 마케팅을 베트남에서도 펼쳤다. 신선하고 독특한 자극을 원하는 트렌드는 전 세계 젊은이들에게 공통으로 적용된다는 판단에서다.

배달의민족이 베트남에서 출시한 에코백에 '세뼘짜리 가방'이라고 써 있다. 우아한형제들 제공

배달의민족이 베트남에서 출시한 에코백에 '세뼘짜리 가방'이라고 써 있다. 우아한형제들 제공


배달의민족은 베트남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전래동화 속 금은보화를 가져다주는 가방의 이름 '세뼘짜리 가방'을 문구로 새긴 에코백을 출시해 주목받기 시작했고, 우리와 비슷하게 세뱃돈 문화가 있다는 점에 착안해 "이거 엄마한테 맡기지 마" "남자친구 있냐고 물어보지 마" "나이가 많지만 아직도 세뱃돈을 받지" 같은 문구가 적힌 세뱃돈 봉투도 팔았다. 이 봉투는 하루 1,000장 넘게 팔리며 화제가 됐다. 음식을 운반하는 배달의민족 라이더 가방에는 "뜨겁습니다! 지나갈게요!", 우비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음식을 지키겠다" 등의 문구를 새겨 호응을 얻었다.

오리온의 성공도 철저한 현지 문화 분석 덕분이다. 오리온의 초코파이는 매년 음력 1일과 15일 베트남 가정에 있는 이른바 '제단'에 올라간다. 가정마다 신전을 두고 귀한 먹거리를 진열하는 문화가 있는데, 초코파이 포장지 색인 빨간 색이 베트남에선 '행복'을 뜻하기 때문. 지난해 오리온은 베트남 대학입시일에 초코파이 20만개를 나눠주면서 수능 합격 기원 선물로도 자리 잡는 데 성공했다.

베트남 배달의민족 라이더들이 들고 다니는 가방(위 왼쪽)과 입고 다니는 우비(위 오른쪽). 가방과 우비에 "뜨겁습니다! 지나갈게요!" "무슨 일이 있어도 음식을 지키겠다!" 등 재밌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아래는 배달의민족이 새해 명절에 판매한 세뱃돈 봉투로 "나이가 많지만 아직도 세뱃돈을 받지" 등 문구가 적혀 있다. 우아한형제들 제공

베트남 배달의민족 라이더들이 들고 다니는 가방(위 왼쪽)과 입고 다니는 우비(위 오른쪽). 가방과 우비에 "뜨겁습니다! 지나갈게요!" "무슨 일이 있어도 음식을 지키겠다!" 등 재밌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아래는 배달의민족이 새해 명절에 판매한 세뱃돈 봉투로 "나이가 많지만 아직도 세뱃돈을 받지" 등 문구가 적혀 있다. 우아한형제들 제공


"가서 사진찍자!" '핫플레이스' 된 한국 편의점

국내 편의점 최초로 베트남에 진출한 GS25는 지난 6월 23일~7월 6일 베트남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0.5% 올랐다.

베트남 GS25를 방문해 인증 사진을 찍으면 경품으로 지급되는 한국 드라마 '편의점 샛별이' 포스터. GS25 제공

베트남 GS25를 방문해 인증 사진을 찍으면 경품으로 지급되는 한국 드라마 '편의점 샛별이' 포스터. GS25 제공


비결은 '드라마'에 있다. GS25가 제작 지원을 맡아 한국에서도 방영 중인 '편의점 샛별이'를 베트남 사람들도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 플랫폼 아이치이를 통해 시청하고 있는데, 편의점 아르바이트생과 점장의 이야기를 담은 이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배경이 된 GS25 방문객도 급증했기 때문이다. 방문 인증 사진을 남기려 북새통을 이루자 GS25는 아예 매장 입구에 편의점 샛별이 기념 촬영 부스를 차려뒀다.

베트남 GS25에서 현지 방문 고객들이 '편의점 샛별이' 기념 촬영 부스에서 사진을 찍으며 활짝 웃고 있다. GS25 제공

베트남 GS25에서 현지 방문 고객들이 '편의점 샛별이' 기념 촬영 부스에서 사진을 찍으며 활짝 웃고 있다. GS25 제공


기업들은 전통성이 강한 음식보다는 외국인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음식을 앞세운 마케팅 전략이 주효했다고 보고 있다. 베트남을 사로잡은 대표적 한국 음식 만두는 2017년 1월 전체 딤섬시장 점유율이 3% 수준이었지만 2018년 말 40%대까지 확대됐다. 대표주자인 '비비고만두'를 판매 중인 CJ제일제당의 최근 3년 동안 베트남 매출 연평균 성장세는 30%에 달한다. 전 세계 어느 곳이나 내용물을 싸서 먹는 형식의 음식이 존재해 한국식 만두에 대한 이질감이 적고 맛 역시 탁월하다는 게 CJ제일제당 측의 설명이다.

식품계열 대기업 관계자는 "드라마에 꼭 먹는 장면이 포함돼 있어 자연스럽게 한국 음식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기 때문에 베트남 진출 초기에는 한류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최근 '이태원 클라쓰' 드라마에 고추장 양념 돼지고기가 드라마 전개상 중요한 요소로 등장한 적이 있는데 그때 고추장 판매량이 급증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는 "예전처럼 '한국 음식은 너무 맵다'와 같은 편견 없이 새로운 것을 잘 받아들이는 추세라 우리 기업들의 맛 경쟁력에 플랫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활용하는 전략이 좋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맹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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