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무총리가 제헌절인 17일 ‘개헌’ 필요성을 에둘러 언급했다. “우리의 헌법정신이 제대로 구현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을 시작할 때”라면서다.
정 총리는 이날 페이스북에 제72주년 제헌절을 맞아 올린 글에서 “지난 2016년 겨울 ‘촛불문화제’는 민주주의에 대한 우리 국민의 간절함과 목마름을 확인했던 시간이었다”고 언급했다. 이어 “매서운 추위를 이겨낼 수 있던 힘은 광장에서 함께 외쳤던 헌법 제1조에서 시작됐다”며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구절을 적었다.
이어 정 총리는 “코로나19로 새로운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이때, 지난 4년 동안 우리 국민의 마음 속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던 헌법을 다시금 꺼냈으면 좋겠다”며 “촛불로 이룩한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한 단계 성숙시키고, 변화된 시대 흐름에 맞게 경제ㆍ사회ㆍ문화ㆍ노동ㆍ환경 등 모든 분야에서 우리의 헌법정신이 제대로 구현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을 시작할 때”라고 강조했다.
제헌절 메시지를 통해 정 총리가 ‘개헌’을 직접적으로 말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 총리가 국회의원 시절부터 대표적인 개헌론자라는 점을 고려하면 “헌법정신이 제대로 구현될 수 있도록”이라는 문구는 곧 개헌의 필요성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정 총리는 지난 1월 인사청문회에서도 개헌에 대한 질문을 받고 “현행 헌법의 권력구조는 대통령ㆍ행정부에 권한이 집중돼있다. 분권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수평적으로는 입법ㆍ행정ㆍ사법 간 분권, 수직적으로는 중앙ㆍ지방 정부 간 분권이 이뤄지지 않고, 대한민국의 미래가 없다는 것이 제 소신”이라고 말했다. 개헌을 통해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꾸지 않고서는 협치나 통합이 어렵다는 것이 정 총리의 기본적인 생각이다.
정 총리가 현 시점에 개헌을 이야기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정 총리는 인사청문회 당시 개헌 시점에 대한 질의에 “21대 국회가 구성된 후 1년이 적기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21대 국회는 전날 개원식을 열었다.
확고한 원칙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직설적으로 개헌 필요성을 제기하지 않은 건 현직 총리라는 신분을 고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4월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정 총리는 "기본적으로 개헌은 국회의 몫이다"라며 "개헌에 대한 열정이 있었지만, 지금은 행정책임자다. 개헌에 대한 고민은 국회에서 충분히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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