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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집무실이 있는 서울 중구 시청자 6층 모습. 정무라인 공무원들의 사무실이 위치해 있는 공간이 분주하다. 뉴스1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혐의 피소 사건 진실 규명에 대한 서울시의 대응에 잡음이 일고 있다. 서정협 권한대행 등 수뇌부가 진상규명 계획 발표 자리에 참석하지 않은 데다, 박 전 시장을 고소한 전 직원을 피해자가 아닌 "피해 호소인"으로 호명해 시가 사건과 거리를 두려는 듯한 인상을 심어준 탓이다.
서울시는 최근 석 달 새 벌어진 성비위 사과와 의혹 해명 과정에서 수장들이 연달아 침묵해 불신을 키우고 있다. 지난 15일 서울 중구 시청사 2층 브리핑룸에서 열린 '직원 인권침해 진상규명에 대한 서울시 입장' 발표 자리엔 서 권한대행을 비롯한 정무라인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지난 4월 성폭행 혐의로 입건된 비서실 직원 성비위 관련 대시민 사과를 한 것도 박 전 시장이 아닌 행정국장이었다. 시 그것도 수장인 시장 직속 부서인 비서실을 둘러싸고 잇따라 성비위 논란이 발생했는데도 한 번도 관리 책임자가 나서 사과를 하지 않았다. 공식적인 대응에 수장들이 한 발 물러서 책임을 외면하고, 직접 나서지 않아 커진 사건의 판을 줄여보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성범죄는 공무원사회에서 '4대 비위'로 분류돼 무관용 원칙이 적용된다. 엄정하게 다뤄져야 할 성비위 의혹에 서울시가 잇따라 수장을 공식석상에 내세우지 않는 건 성비위 관련 대처의 심각성에 대해 정무라인이 너무 안일하게 대처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서울시의 '책임자'가 빠진 대책 발표엔 진정성이 담보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정재훈 서울여대 교수는 "박 전 시장 성추행 피소 관련 진상 규명은 진영논리와 상관 없이 반드시 해야 하는 일로 여론이 모아진 상황"이라며 "중대한 사안인 만큼 책임있는 관계자가 공개석상에 나서 시가 전적으로 나서 여성 인권을 재점검한다는 신뢰를 보여줬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이 자리엔 여성 정책을 총괄하는 여성정책실장도 나오지 않았다. 직원 인권침해 진상규명에 대한 서울시 입장을 발표한 건 대변인이었다.
서울시가 박 전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전 비서를 "피해 호소자"로 표현한 것에 대한 논란도 거세지고 있다. 피해자를 "피해 호소자"로 명명해 자칫 서울시가 피해자를 피해자로 여기지 않는 듯한 오해의 소지를 제공한 데 따른 것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 '피해 호소 여성'이란 말은 피해자의 말을 아직 믿지 못하겠다는 불신의 뜻을 담고 있다"며 "이 자체가 2차 가해"라고 비판했다. 고소인의 법률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도 " '피해 호소인' 용어는 퇴행적"이라며 "그런 용어가 어디 있나. 만약 있다면 피해자라고 적힌 법을 다 바꾸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시를 비판했다. '피해 호소인'이란 표현 대신 차라리 고소인이라 호명했다면 이렇게 논란이 거세지지 않았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서울시 관계자는 "피해자가 시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고, 여성단체를 통해 (성추행 의혹을) 접하고 있어서 그런 차원에서" 쓴 표현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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