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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농약 천적농법 드디어 성공 "살충제가 필요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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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농약 천적농법 드디어 성공 "살충제가 필요없어요"

입력
2020.07.20 15:3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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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군위 천적농법 전문기업 '팜119' 이용우 대표
한국형 천적농법 벤치마킹 줄이어
"기계화 시스템 구축해 국내외 특허 딸 것"


이용우 팜119 대표가 천적곤충 배양통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김광원 기자 jang750107@hankookilbo.com

이용우 팜119 대표가 천적곤충 배양통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김광원 기자 jang750107@hankookilbo.com


"이 사람 사기꾼이네!"

이 같은 자극적인 말은 경북 군위에서 천적(天敵)곤충 농법 전문기업 '팜119'를 운영하는 이용우(54) 대표가 지난해 이 농법을 보급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26년 전 천적농법이 국내에 소개된 이후 다양한 시도가 있었지만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천적농법은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자리잡은 영향이 컸다.

이 대표는 옛날 성적표에 굴하지 않았다. 유럽에서 일반화된 천적농법이 국내에선 외면받는 원인부터 분석했다. 다양한 실험으로 천적이 성장하는데 필요한 최적의 환경을 찾았고 마침내 성공했다. 이 대표는 "2년 가까이 100여개 농가를 시범사업에 참여시켜 대성공을 일궈냈다"며 "이젠 군위와 경북을 넘어 경기도에서도 문의전화가 걸려온다"고 해맑게 웃었다.

천적곤충농법은 해충의 천적을 배양해 토양과 식물 줄기 등에 이식시켜 방제하는 농법이다. 국내에선 1994년에 연구가 시작돼 2010년까지 활발하게 보급되었으나 정착에는 실패했다. 이 대표는 "천적의 생태를 모르고 무작정 보급한 탓"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에 따르면 천적은 알에서 성충이 되는데 2주, 그리고 2주 정도 더 사는데, 수입산 천적의 경우 운송 기간이 보통 10일에서 2주까지 걸리기 때문에 밭에 이식했을 때는 활력이 떨어진 성체가 대부분이다. 5ℓ 용량일 경우 국내에서 생산하면 알에서 성체까지 30만 마리에 가깝지만 수입산은 성체 5만 마리가 고작이었다. 양과 활력 부족으로 땅속 생태계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이 대표는 2016년 경북농민사관학교의 '천적생산과정'에 도전해 전문지식을 쌓은 후 2년간 현장에 매달렸다. 결과는 놀라웠다. 지난해 3월 재배가 불가능한 수준으로 망가진 3,305㎡ 면적의 오이밭을 맡아 국산 천적곤충으로 해충의 유충 88%, 성충 66%를 박멸했다. 900박스에 못 미치던 수확량이 2,200박스로 늘었고, 품질도 90%가 '특상'이었다. 비슷한 규모의 토마토 밭의 경우 방제 전 3,000박스에서 6,000박스로 늘었고, 90%가 특상 판정을 받았다. 농민들에 따르면 오이와 토마토 모두 일반적으로 특상이 50%를 넘기기 힘들다.

이 대표는 "천적 생태계가 형성되면 해충 박멸은 물론이고, 해충이 뿌리를 갉아먹어 생긴 생채기를 통해 침투하는 바이러스와 곰팡이도 막을 수 있어 효과가 높다"고 설명했다.


천적곤충농법을 도입한 오이 농가에서 수확한 오이를 포장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특상' 오이가 90% 이상 재배됐다. 팜119 제공

천적곤충농법을 도입한 오이 농가에서 수확한 오이를 포장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특상' 오이가 90% 이상 재배됐다. 팜119 제공


가격 경쟁력도 뛰어나다. 이 대표에 따르면 국내에서 키운 천적 가격은 수입 천적의 3분의 1, 살충제 방제와 비교했을 땐 10분의 1 수준이다. 이 대표는 "살충제를 모두 천적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천적의 잠재가치는 엄청나다"고 강조했다.

다음 목표는 대량 생산을 위한 기계화 생산 시설을 구축해 국내외 특허를 따는 프로젝트다. 이 대표는 "국민들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잔류농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산물수출에 활로를 열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천적농법"이라며 "천적농법은 농업의 체질과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혁명"이라고 자신했다.

권성우 기자 ksw@hankookilbo.com


김광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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