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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소송 끝에 남편 순직 인정… "소방관 정신건강에도 관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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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소송 끝에 남편 순직 인정… "소방관 정신건강에도 관심을"

입력
2020.07.16 17:36
수정
2020.07.16 18:3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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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하이트진로가 소방관 유가족들의 심리안정을 위해 제주도에서 2박 3일 동안 연 '힐링캠프'에 참여했던 이현실(47)씨가 캠프 프로그램 중 하나로 자녀들에게 작성한 편지. 이씨는 생전 남편이 자녀들의 이름을 직접 지은 기억을 덤덤하게 전하며 아이들에게 베풀고 사는 삶을 살아가길 응원하는 메시지를 담았다. 하이트진로 제공

2018년 11월 하이트진로가 소방관 유가족들의 심리안정을 위해 제주도에서 2박 3일 동안 연 '힐링캠프'에 참여했던 이현실(47)씨가 캠프 프로그램 중 하나로 자녀들에게 작성한 편지. 이씨는 생전 남편이 자녀들의 이름을 직접 지은 기억을 덤덤하게 전하며 아이들에게 베풀고 사는 삶을 살아가길 응원하는 메시지를 담았다. 하이트진로 제공


"순직을 인정받지 못한 소방관 가족들은 힘들게 생계를 이어가고 있어요. 저와 같은 소방관 유족들에게 희망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약국 아르바이트로 다섯 형제를 키워 온 이현실(47)씨는 5년간의 긴 싸움 끝에 법원으로부터 남편의 순직을 인정받았다. 지난달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김국현 수석부장판사)는 참혹한 사고현장을 자주 목격하면서 생긴 정신질환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소방관의 아내 이씨가 인사혁신처장을 상대로 낸 순직 유족급여 부지급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경남 창원소방서에서 구급대원으로 일한 이씨의 남편 A씨는 12년 동안 사고현장 구급업무를 담당하면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고 공황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았다. 결국 심리적 아픔을 이기지 못하고 2015년 4월 안타깝게 생을 마감했다.

이번 판결로 국가를 상대로 한 소송은 마무리됐지만 이씨는 아직 남편의 빈자리가 크게만 느껴진다. 가족을 잃은 유족들의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선 순직 인정도 중요하지만 정신적 스트레스로부터 소방관과 가족의 건강을 보호할 수 있는 예방 장치가 필요하다고 유족들은 말한다. 소방청에 따르면 극단적인 선택으로 생을 마감한 소방관은 2018년 9명에서 2019년 14명까지 늘었다. 이어 올해 상반기에만 벌써 6명의 소방관이 스스로목숨을 끊었다.

이에 지난 2018년부터 소방청과 하이트진로에선 소방공무원 가족 처우 개선 프로그램을 꾸준히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우울증, 공황장애 등을 겪는 소방관과 그의 가족들을 돕기 위해서다. 하이트진로는 자살소방관 유가족 자녀 장학금, 심리안정 프로그램 등을 매년 진행하고 있으며 순직을 인정받지 못한 유가족의 소송비, 자녀 교육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하이트는 향후에도 소방관 처우 개선을 위한 토론회도 후원할 계획이다. 이씨 역시 이 프로그램을 통해 자녀 장학금과 심리치료 지원을 받았다.

이씨는 "소송을 준비하다 비슷한 처지의 유족들을 만나게 돼 지금은 편의점을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상태는 아니다"며 "사회단체와 기업들의 후원금 등이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유자녀 장학금 지원은 다른 곳에도 있지만 회사는 소송비 지원, 심리안정 프로그램 운영 등을 같이 제공하고 있다"며 "늘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돌보느라 고생하는 소방관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맹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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