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군·경에 희생돼 암매장... 유족들 진실 규명 호소
"한국전쟁 때 가족이 보도연맹원으로 몰려 희생됐지만, 아직까지 유해를 수습하지 못했다. 도시가 그냥 개발되면 영영 찾지 못하게 되는 만큼 하루빨리 조사하고 발굴해 달라"
한국전쟁 당시 세종시(과거 연기군)에서 우리 군과 경찰에 의해 집단 희생된 보도연맹원들의 유해 조사와 발굴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950년 당시 조치원에 있던 보도연맹원들이 끌려가 암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곳이 행정중심복합도시 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2009년 발간한 진실규명결정서에 따르면 우리 군과 경찰은 6ㆍ25 전쟁 발발 다음날인 1950년 6월 26일부터 연기지역 보도연맹원을 지서별로 소집ㆍ체포했다.
구금됐던 보도연맹원 200~300여명은 2주 가량 후인 그해 7월 8일쯤 연기에서 공주로 가는 1번 국도 옆 야산으로 끌려가 우리 군과 경찰에 의해 학살당한 뒤 비성골과 은고개라고 불리는 곳에 암매장됐다.
실제 68년 뒤인 2018년 6월 행정도시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세종특별본부가 박선주 충북대 명예교수에게 의뢰해 진행한 조사에서 일부 유해와 유품이 나왔다. 행정도시 6-3생활권 도시개발 예정지에 포함된 비성골에 대한 조사를 통해 보도연맹원 7명의 유해와 고무신, 안경, 단추 등 유품 168점을 찾아낸 것이다. 또 당시 총기류인 카빈, M1 등의 탄피를 흙 속에서 발견된 점 등으로 미뤄 당시 군과 경찰이 산등성이 부근에 60~70m 길이의 호를 판 뒤 사람들을 꿇어 앉혀 총살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와 관련, 세종시에선 집단학살된 보도연맹원을 추모하고, 유족들을 위로하기 위한 위령제가 열리고 있다. 지난 11일 도담동 오가낭뜰 근린공원에서 열린 여섯번째 위령제에서 보도연맹 희생자 유족회는 도시개발을 앞둔 비성골에 대한 조사와 명예회복을 위한 추모 공원 조성을 요구했다. 2018년 발굴을 마친 비성골에서 가까운 곳에 당시 여성보도연맹원들이 집단 학살돼 암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곳이 있지만 조사와 발굴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위령제가 열린 오가낭뜰 공원부지 역시 또다른 유해매장지역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춘희 시장은 "현재 연기면 산울리에서 발견된 유해와 2명의 유가족에 대한 유전자 감식을 진행하고 있어 결과에 따라 희생자의 신원이 확인되면 유가족의 한이 조금이나마 풀어질 것"이라며 "지난 5월 과거사정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며 "국가 차원의 진실 규명이 더욱 확대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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