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일반법원 "EU집행위, 애플의 아일랜드 세금 혜택 증명 못해"
유럽연합(EU)의 '디지털세' 도입 논의에 급제동이 걸렸다. 애플에 부과했던 조세회피 과징금 부과 명령이 EU 사법부에 의해 취소되면서다. 미국 정보기술(IT) 공룡기업들이 유럽 내 조세회피처를 근거지 삼아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현실을 방치하지 않겠다던 EU의 호기는 당분간 사그라들 수밖에 없게 됐다.
스벤 기골드 유럽의회 의원은 15일(현지시간) EU 일반법원(우리의 고등법원)이 미국 애플에 130억유로(약 18조원)의 체납세금 납부를 명령한 EU 집행위원회의 결정을 취소한다고 판결한 데 대해 "유럽의 세금 투쟁에 있어 너무 큰 후퇴"라고 한탄했다고 영국 텔레그래프가 전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이번 판결에 대해 "과도하고 위법적일 만큼 낮은 세재를 단속하고 있는 EU 집행위에 큰 타격"이라고 평가했다.
유럽에서 볼 멘 소리가 나온 건 EU 일반법원의 판결이 세금 회피 논란에 휩싸인 글로벌 IT 대기업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는 판단 때문이다. EU 집행위는 2016년 애플이 조세회피처인 아일랜드에서 받은 법인세 감면 헤택으로 마땅히 납부해야 할 세금을 회피해왔다며 체납세금으로 130억유로를 책정해 부과 명령을 내렸고, 애플이 이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했다. EU 일반법원이 애플의 손을 들어준 것은 결과적으로 글로벌 IT 기업들이 납세 회피 목적으로 세율이 낮은 국가에 적을 둘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줬다는 게 EU의 시각이다.
EU는 최근 10년간 다국적 기업들의 세금 문제를 놓고 고심해왔다. 구글ㆍ애플ㆍ페이스북ㆍ아마존 등이 조세회피처에 유럽 지사를 두고서 막대한 영업이익과 광고 매출을 올리면서도 세금은 제대로 내지 않는 모순을 두고 볼 수 없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디지털세를 고민한 이유다. 최근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기침체로 재정 적자와 세수 감소 등이 이어는 상황도 고려했음직하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IT 대기업들과 낮은 세율로 이들을 유인해온 아일랜드 등을 압박할 카드가 사라질 수도 있는 상황에 내몰렸다. 2개월 내에 항소할 수 있다지만 현재로선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그렇잖아도 디지털세 추진은 이미 자국 기업들을 보호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에 밀리는 중이었다. 지난해 7월 프랑스는 글로벌 IT기업들의 자국 내 연간 매출의 3% 과세를 공언했다가 24억달러(약 3조원) 규모의 프랑스 제품에 최고 100%의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굴복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럽인들은 미국 IT 기업들이 그들의 고객이 있는 곳에서 더 많은 세금을 지불하기를 원하지만 미국인들은 모든 회사에 적용되지 않는 시스템을 거부하고 있어 현재는 진전이 없다"면서 "애플의 이번 소송 승리는 유럽의 바람이 실현되기가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고 분석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