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 홍콩ㆍ남중국해 압박에 거센 반발
"아세안과 불협화음은 美에 이익" 판단
올해 아세안 의장국 베트남 달래기 부심
중국이 홍콩과 남중국해 문제로 제재를 위협하는 미국을 향해 연일 맞불을 놓고 있다. 반면 동남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에 대해선 행여나 미국 편에 서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중국 전문가들은 "특히 베트남이 등을 돌려서는 곤란하다"며 신중한 접근을 당부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16일 홈페이지를 통해 "정쩌광(鄭澤光) 외교부 부부장(차관급)이 전날 테리 브랜스태드 주중 미국대사를 불러 '엄중한 교섭'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하고 홍콩보안법 관련 중국 관리ㆍ기관을 제재하는 내용의 홍콩자치법과 행정명령에 각각 서명한 데 대한 항의 차원이다. 중국이 이례적으로 대사 초치 사실을 공개한 것은 미국의 압박에 공개적이고 즉각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정 부부장은 "중국의 정당한 이익을 지키기 위해 미국의 잘못된 행동에 필요한 반응을 보일 것"이라고 보복 조치를 경고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도 미국이 제정한 홍콩자치법을 '죄악'이자 '검은 손'이라고 비난하면서 "미국의 패권주의적 행태와 추악한 몰골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가세했다.
이처럼 미국의 개입에 바로 거칠게 맞받아치는 홍콩 문제와 달리 중국은 남중국해를 놓고선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 아세안이 중국의 최대 무역파트너로 부상해 경제적으로 이해관계가 밀접한 반면 난사군도(스프래틀리제도) 영유권 분쟁으로 필리핀ㆍ베트남ㆍ말레이시아 등과 오랜 기간 얼굴을 붉혀왔기 때문이다. 관영 환구시보는 "남중국해는 많은 국가들의 이익이 얽힌 거대한 항아리 같다"면서 "아세안과의 불협화음은 미국에게 이로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가장 껄끄러운 건 베트남이다. 베트남은 올해 아세안 의장국과 함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비상임이사국을 맡아 국제무대에서의 영향력이 부쩍 커졌다. 중국이 미국에 맞서 아세안을 우군으로 붙잡아두려면 우선적으로 공략해야 할 대상이다. 중국 해안경비선이 베트남 어선을 들이받아 침몰시키고도 오히려 큰소리치던 이전과는 상황이 사뭇 달라진 것이다.
특히 베트남마저 남중국해 분쟁을 강제 조정절차로 끌고 갈 경우 중국의 처지는 더욱 곤혹스러워질 수 있다. 2016년 7월 상설중재재판소(PCA)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서 필리핀의 손을 들어줬지만 필리핀은 중국과의 교역 확대에 더 집중했다. 하지만 베트남은 다를 수 있다. 중국 남중국해연구원의 천샹먀오(陳相秒) 연구원은 "미국이 경제적 지원을 약속할 경우 베트남은 중국과 맞서는 위험을 감수할 가능성이 높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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