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라 파리아스의 '완벽한 하루'(7.17)
베니시오 델 토로가 주연한 2015년 스페인 영화 ‘A Perfect Day(완벽한 하루)’는 보스니아 내전의 비참을 멀찍이서, 생경하게 보여준다. 멀찍이란 건 전투신이 없다는 의미고, 생경하단 건 곡언과 역설을 가리킨다. 영화는 희망과 절망을 얄밉게 엮고, 갈망과 낙담을 교미하는 뱀처럼 얽는다. 제목의 '아이러니'는 여러 에피소드로, 표정과 대사로, 전체의 서사로 열기구처럼 부푼다. 관객은 그 위에서 영화를, 전쟁을 '생경하게' 다시 보게 된다. 발칸의 멋진 풍경도 아이러니이고, 배꼽을 쥐게 하는 유머도 아이러니다.
작가 앤드루 솔로몬은 탈레반 이후의 아프가니스탄을 소개하며 “세상에는 깊이 애통해 본 사람들만이 아는 기쁨이 있다”고 쓴 적이 있다. 하지만 그 기쁨은 '슬픔'과의 대비가 빚는 '착시'만은 아니다. 웃지 않고는, 웃을 거리를 찾지 않고는 못 견뎌서이기도 하다. 델 토로 등이 연기한 국제 구호단체 요원들이 냉소와 낙관, 시종 웃고 웃기는 능력을 방탄복처럼 두른 것도 그래서다. 그들에게 웃음은, 아이러니는, 버티기 위한 정신의 비타민이다. 그걸 저 영화가 보여준다.
원작은 스페인 작가 파울라 파리아스(Paula Farias, 1968~)의 2005년 소설 ‘Let it rain’이다. 그는 의대를 졸업하고 ‘그린피스’ 해양탐사선 의료승무원으로 일했고, 1999년부터 ‘국경없는 의사회’에 가담해 여러 내전ㆍ재난 지역을 다녔다. 기니비사우 콜레라, 베네수엘라 황열병, 콩고 에볼라 사태 때도 그는 현장에 있었다. 소설과 영화는 그러니까, 근래 자주 보이는 말로, 얼마간 '오토픽션'이다.
근래 파리아스는 자기 나라에서 ‘코로나'와 싸우고 있다. 의료시스템이 붕괴된, 낙후한 데서 주로 일했던 그는 21세기의 모국이 자기를 원할 거라곤 생각한 적이 없었다고 한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의 조국이 세계에 손을 내민 가장 최근은 스페인내전(1936.7.17~1939.4.1)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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