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산은 잘 쓰면 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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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산은 잘 쓰면 약이다

입력
2020.07.16 16:00
수정
2020.07.16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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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낙언
최낙언편한식품정보 대표ㆍ식품공학자

©게티이미지뱅크


지난번에 김 양식에 사용하는 염산은 별문제 없다고 했더니, 바다에 염산을 뿌리면 그것이 소멸되는지 묻는 질문이 있었다. 아무리 염산이 내 몸 안의 위산과 같은 성분이라고 해도 그 불안감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 것 같다. 물론 바다에 염산을 부으면 소멸되지 않고 희석된다. 바다에 소금을 뿌리면 소금이 소멸되지 않고 희석되는 것과 같은 원리다. 만약에 염산이 바닷물의 성분과 다른 것이라면 아무리 희석해도 흔적은 남을 텐데, 염산은 소금의 절반과 같은 성분이라 바닷물에 소금을 넣었을 때처럼 희석되어 아무런 흔적도 남지 않는다. 물론 염산을 처리한 바로 그 지점은 일시적으로 염 농도가 달라질 수 있다. 냇물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의 염도가 달라지는 것처럼 말이다.

김양식도 일종의 농사다. 좁은 지역에 밀집해서 김을 키우기 때문에 농업, 축산업, 양식업과 같이 한 종류의 생물을 한 장소에서 밀집해서 키울 때의 장점과 단점이 동시에 나타난다. 생산성은 좋아지지만 해충이나 질병에 노출될 확률도 크게 증가한다. 그래서 농약과 같은 적절한 처리제가 필요해진다.

김을 양식하면 파래, 매생이, 규조류 등이 달라붙어 김의 생장을 방해하거나 심하면 폐사할 위기에 처한다. 이것을 방지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염산을 이용하여 이들을 제거하는 것이다. 우리는 염산 덕분에 가격 좋고 품질 좋은 김을 먹을 수 있는데, 이 염산에 대해 오해와 불안감이 많다.

염산은 소금의 절반인 염소이온과 물의 절반인 수소이온으로 되어 있다. 너무나 평범하고 일상적인 성분인데 그것을 특별한 용도로 쓸 수 있는 것은 35%로 고농도에서도 해리가 매우 잘된다는 점이다. 우리가 요리에 쓰는 식초의 초산 농도가 4~5% 정도이다. 이정도만 되도 직접 먹으면 너무 시어서 고통스럽고, 초산이 90% 이상인 식초를 희석하지 않고 마시면 식도에 화상을 입는다. 그래서 식약처에서는 99%의 빙초산을 마트 등 일반 소매점, 인터넷 쇼핑몰에서 살 수 없도록 규제를 가하기도 했다.

통상 염산은 35% 정도이므로 빙초산에 비해서는 오히려 낮은 농도이다. 그런 염산이 특별한 힘을 보이는 것은 고농도에서도 수소이온과 염소이온으로 분리가 되는 점에 있다. 초산은 저 농도 즉 높은 pH에서는 수소이온을 잘 내어 놓지만 농도가 높아질수록 수소이온을 내놓는 능력이 떨어진다. 그래서 특정 pH 이하가 되면 아무리 많은 양의 초산을 넣어도 더는 pH가 낮아지지 않는다. 이처럼 농도가 높아지면 해리 능력이 떨어지는 것을 약산이라고 하고, 아무리 pH가 낮아도 즉 농도가 높아져도 수소이온으로 해리가 되는 것을 강산이라고 한다. 성질이 강하고 난폭한 것을 강산, 성질이 부드러운 것을 약산이라 하지 않는 것이다. 사실 소량일 때는 식초보다 염산이 깨끗하고 유순하다.

산을 이용하여 살균을 하거나 단백질을 분해하는 것과 같은 특별한 일을 하려면 매우 고농도의 수소이온이 필요한데 식초나 구연산 같은 유기산은 낮은 pH에서 수소이온을 내놓는 능력이 없어서 한계가 있다. 그래서 염산과 같이 아무리 낮은 pH에서도 수소이온을 내놓는 강산을 이용하는 것이다. 태풍에는 나무가 부러져도 선풍기와 같은 미풍은 아무리 많이 틀어도 소용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이유다.

김을 염산으로 처리할 때는 고농도의 원액을 그대로 붓는 것이 아니고 희석해서 김발에 묻혀 나가는 방식이다. 그래도 고농도라 염산을 사용한 지점에는 영향을 준다. 하지만 4~5분 정도가 지나면 바닷물에 희석이 되어 원상 복구된다고 한다. 농사지을 때 1년에 3~4번 농약을 치는 것처럼 김도 산 처리해야 좋은 품질과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다. 다행인 것은 염산이 희석되면 식초보다 안전하다는 것이다. 농약에 비해 독성이나 잔류 여부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최근 농약도 정말 많이 독성은 낮아지고, 분해 속도는 빨라지고, 뿌리는 양과 시기도 조절하여 요즘 과일을 검사하면 90% 이상은 굳이 씻어 먹을 필요가 없을 정도로 안전하다. 그리고 염산은 그 사용 여부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전혀 없을 정도로 안전하다. 작업자는 정말 조심히 다루어야 하지만 오히려 김처럼 특별한 환경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것을 아쉬워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물은 평소에는 안전하지만 초고압으로 분사되는 워터젯은 쇠도 자른다. 염산도 안전한지 위험한지를 결정하는 것은 이름이 아니고 그 농도이다.

최낙언 편한식품정보 대표ㆍ식품공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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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낙언의 식품 속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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