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일명 비경 회의)'가 명칭과는 다르게 시급한 경제 현안을 다루지 않으면서 존재감을 잃어가고 있다.
심지어 최근 회의에서는 부동산 안정화 대책을 처리하느라 코로나19 관련 다른 안건이 논의조차 안 되자, `말뿐인 비경`, `정상 경제 회의`라는 비아냥까지 나도는 상황이다.
19일 정부 등에 따르면, 비경 중대본 회의는 지난달 중순 이후부터 금융세제 선진화 방안, 1인가구 중장기 정책방향 등 코로나19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일상적인 경제 안건을 다루고 있다. 이달 들어서도 바이오 산업혁신, 소재부품장비 2.0 전략 등 중장기적 발전 방안을 주로 논의했다.
특히 지난 10일 열린 10차 비경 중대본 회의 안건은 `주택시장 안정 보완 대책` 단 한 건으로, 코로나 사태 극복이라는 회의 취지 자체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원래 다른 안건도 다루려고 했으나, 부동산 대책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많고 정부로서도 신경 쓰는 부분이 많아 그렇게 결정이 난 것"이라며 "다음 회의부터는 코로나 관련 경제 현안을 챙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주 열기로 했던 비경 중대본 회의도 국회 개원 일정 등과 맞물려 취소되면서, 비경 회의의 존재감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2주 연속 코로나 경제 현안을 다루지 않아도 된다면, 굳이 '비상' 회의 체제를 유지할 필요가 있냐는 지적도 나온다.
비경 중대본 회의는 코로나19 사태가 정점으로 치닫던 지난 3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형태로 시작됐다. 코로나 사태가 다소 안정기에 접어든 4월 말부터는 경제 사령탑인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회의를 주재하며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는 홍 부총리가 주재하는 비경 회의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중앙 부처 장관은 물론 청와대 경제수석과 일자리 수석도 이 회의에 참가하도록 했다. 필요할 경우 여당과 한국은행, 민간단체의 참석도 요청하기로 했다.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받은 비경 중대본 회의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기간산업계 지원 등 굵직굵직한 현안을 처리하며 코로나 위기 극복에 앞장서 왔다.
하지만 정부의 코로나 위기 극복 대응 방향이 `계획 수립`에서 `집행`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면서 비경 회의에서 논의할 소재가 점점 고갈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비경 회의는 매주 열리는데, 시급한 현안을 계속 발굴하지 못하자 코로나 사태와 직접 관련이 없는 중장기적 과제가 비경 회의 안건에 선정되기도 했다.
특히 주택 가격 급등으로 국민적 관심이 부동산으로 쏠리자, 비경 회의에서 코로나 관련 안건을 다루지 않고 부동산 안정 대책만 발표하는 이상한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비경 중대본 회의 고위 관계자는 "회의가 시작된 지 4개월이 다 되어가는데, 매주 코로나와 관련된 비상 경제 안건을 발굴해 다룬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다만 사태가 언제 다급하게 전개될지 모르니, 대비하는 차원에서 비상 회의 간판을 내리는 것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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