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체계 개편 앞두고 화두
적정 원가 보장, 합리적 소비 유도?
유가 오를 땐 불만 커질 우려도
우리나라도 전기요금을 연료비에 연동해야 한다는 주장이 최근 꾸준히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 연료비 연동제는 전기 생산에 쓰이는 석유 등 연료 가격 변동을 전기료에 바로 반영하는 제도다. 한국전력이 올 하반기 전기료 체계를 개편할 예정인 가운데 연료비 연동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는 형국이다.
16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전기요금 체계 개선과 전력산업의 지속 발전' 토론회에서 발표를 맡은 박명덕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처럼 한전이 전기 원가를 제대로 회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전력산업의 지속성이 유지될 수 없다"며 "적정 원가는 보장해주는 형태로 전기료 체계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연료비 연동제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한 내용으로 풀이된다.
우리나라의 현행 전기료 체계는 일정한 금액을 사용량에 따라 부과하는 고정형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 탓에 한전은 저유가 시기에는 흑자, 고유가 시기에는 적자를 내며 실적이 널 뛰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한전은 2015~16년 유가가 배럴당 40~50달러일 때는 연간 11조~12조원의 흑자를 본 반면, 유가가 60~70달러로 오른 2018∼19년에는 2,000억∼1조3,000억원의 적자에 허덕였다.
박 연구위원에 따르면 한전의 원가 회수율은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줄곧 100%를 밑돌았다. 2014~17년 국제유가 급락으로 100%를 소폭 넘겼다가 2018년과 2019년에 다시 94.1%, 93.9%에 각각 그쳤다. 쉽게 말해 전기를 팔아도 원가도 건지지 못한다는 얘기다. "두부(전기)가 콩(석유)보다 더 싼 게 말이 되느냐"는 하소연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처럼 유가에 따른 실적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산유국인 멕시코나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는 연료비 연동제를 채택하고 있다. 연료비 연동제는 합리적인 소비를 유도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유가가 내려가면 전기료를 덜 내고 올라가면 많이 내면 되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유가 하락이 지속될 경우 소비자들은 전기료 인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반대로 유가가 오를 때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질 가능성도 있다.
앞서 한전 산하 한전경영연구원도 '해외 에너지전환 관련 비용 회수 현황 및 규정 검토' 보고서를 내고 연료비 연동제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 보고서는 "연료비 변화를 전기요금에 자동 반영해 요금의 가격 신호(시그널)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전은 "연료비 연동제에 대해서는 아직 내부적으로 정해진 게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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