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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당, 문 대통령 싸늘하게 예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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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당, 문 대통령 싸늘하게 예우했다

입력
2020.07.17 01:00
수정
2020.07.17 07:04
0 0

기나긴 대치 끝에 21대 국회의 문을 연 여야는 16일 문재인 대통령의 국회 개원 연설에도 극과극으로 반응했다. 미래통합당 의원들은 '최소한'의 예의만 갖췄다. 30분간 이어진 문 대통령의 연설 도중 한 번도 박수를 치지 않았다. 박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자리에서만 연신 터져 나왔다. 대부분 흰색 마스크를 쓴 민주당 의원들과 달리 통합당 의원들은 전부 검정색 마스크를 썼다. '슈퍼 여당'을 내세워 국회 입법을 밀어 붙이려는 청와대를 향한 '침묵 시위'였다.


16일 제21대 국회 개원식에 참석한 국무위원과 여당 의원들이 흰색 마스크를(위),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검은색 마스크(아래)를 쓰고 있다. 뉴스1

16일 제21대 국회 개원식에 참석한 국무위원과 여당 의원들이 흰색 마스크를(위),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검은색 마스크(아래)를 쓰고 있다. 뉴스1


주호영 "대통령이 박원순 문제에 답하라"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의 개원 연설을 약 4시간 앞두고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어 문 대통령을 향한 10가지 공개 질문을 발표했다. ‘개원연설은 합의했지만, 하고 싶은 말만 듣지는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그는 “국민이 궁금해하고 진정으로 듣고 싶어하는 말에 대해 대통령이 분명하고 시원하게 밝혀주길 바란다”며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등 민주당 소속 광역지방단체장들의 잇단 성범죄 사건에 대한 입장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경질 의사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부당한 지휘권 행사에 대한 입장△경제정책 전환 여부 △탈원전 정책 고수 여부 등을 질문지에 눌러 담았다.

예상과 달리, 통합당은 이날 개원연설 보이콧을 검토하지 않았다. 주 원내대표는 개원식에 앞서 당내 의원들에게 문자를 보내 “대통령의 입ㆍ퇴장시 기립 및 박수 등의 의전적 예우를 갖추는 것이 옳다는 게 원내지도부의 의견이오니 참고해달라”고 했다. '싸우는 정치'를 싫어하는 여론을 신경 썼기 때문이다.


16일 국회에서 열린 제21대국회 개원식에 참석한 여야 의원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개원연설을 듣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16일 국회에서 열린 제21대국회 개원식에 참석한 여야 의원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개원연설을 듣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18번 박수 보낸 민주당, 통합당은 '0번'

오후 2시20분 본회의장에 들어선 문 대통령은 민주당 의석을 가로질러 연단으로 향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일어나서 1분 넘게 박수를 쳤다. 통합당 의원들도 모두 기립해 문 대통령을 맞았다. 그러나 주 원내대표를 포함한 극소수 의원만 박수를 보냈다.

통합당 반응은 문 대통령이 연설을 시작한 뒤 더 싸늘해졌다. 연설이 이어진 30분 내내 민주당 의원들은 18차례 박수로 호응했다. 일부 의원들은 문 대통령을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기도 했다. 통합당 의원들은 단 한 차례도 박수를 치지 않았고, 서로 대화를 주고 받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연설 중 “협치도 손바닥이 마주쳐야 가능하다”고 언급하자 통합당 의석에서는 “협치합시다, 협치!”라는 비아냥이 나왔다. “민주당이 독식인데”라는 불만 섞인 목소리도 들렸다. 문 대통령은 야당의 냉담한 반응에도 여야를 번갈아 보며 연설을 이어갔다.

재인 대통령이 16일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국회 개원식에서 개원 연설을 마친 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뉴스1

재인 대통령이 16일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국회 개원식에서 개원 연설을 마친 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뉴스1


통합당, 끝까지 자리 지켰지만... 싸늘했다

통합당 의원들은 그럼에도 자리를 끝까지 지켰다. 연설을 마친 문 대통령이 본회의장을 돌며 인사할 때도 통합당 의원들은 일어나 고개를 숙여 인사하거나 박수를 쳤다. 주 원내대표는 웃으며 악수도 나눴다. 문 대통령과 민주당에 함께 몸담은 적 있는 조경태 의원은 아예 등을 돌린 채 눈 마주치기도 거부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후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의 연설에 대해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현안에 대한 언급 없었다는 점에서 대단히 실망스럽다”고 혹평했다. 그는 “대통령이 하고 싶은 말만 하고 국민이 듣고 싶은 말은 없었다”며 이후에라도 10개 질문에 대한 답변을 꼭 받아내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국회의원이 아닌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국회 집무실에서 연설을 시청했다고 한다.

이서희 기자
조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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