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는 '공상' 과학이 아니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은 자신이 연출한 '다크 나이트 라이즈'를 두고 이런 얘기를 들려준다. 이건 그냥 영웅물이 아니라 "이 나라에 있는 계급과 계급 간의 분리, 그리고 그로 인해 생기는 긴장감과 관련" 있는 얘기이고 다른 방식이 아닌 SF를 택했기에 "꽤 깊이 파고 들어갈 수 있게 됐다"고. 이 얘기를 듣던, 그 역시 '터미네이터' '아바타' 같은 영화를 찍었던 제임스 캐머런 감독도 "SF 영화는 관객의 정치적, 사회적, 논리적 상황을 직접적으로 자극하지 않고 다른 렌즈를 통해서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고 맞장구쳐준다.
'제임스 카메론의 SF 이야기’에 담긴 얘기다. 이 책에서 캐머런 감독은 놀런을 비롯, ‘스타워즈’의 조지 루카스, ‘ET’의 스티븐 스필버그, ‘에이리언’의 리들리 스콧, ‘판의 미로’의 기예르모 델 토로 등에다 할리우드 스타 아놀드 슈워제네거와 나눈 대화를 담았다. 대화 주제는 SF에 나오는 어두운 미래, 시간여행, 지능을 가진 기계, 우주공간, 외계생명체 등이다. 6부작 TV 다큐멘터리로 제작된 것을 책으로 옮겼다.
“SF는 단지 괴물이나 우주선을 다루는 이야기가 아니다. SF는 인간의 영혼을 직시한다”는 캐머런의 서문처럼 SF 거장들의 진지한 생각을 엿볼 수 있다. 마냥 딱딱한 것만은 아니다. 스필버그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제안에 따라 ‘AI’ 연출을 맡고 나서 그가 내건 조건에 따라 방안에서 시도 때도 없이 팩스를 받느라 아내에게 크게 혼이 났던 일화를 들려준다. 책에는 인터뷰 외에 400개 이상의 컬러 이미지와 SF 작가, 평론가, 과학자가 쓴 에세이도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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