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는 동결
"금융시장 안정 불구 실물경제 예상보다 나빠져"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이어 온 기준금리 인하 행진을 일단 멈춰 세웠다. 금융시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 일단 안정된 가운데, 증시와 부동산 등 자산 시장의 과열 조짐이 나타나자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다만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5월에 전망한 -0.2%보다도 더 나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시장 안정 속 자산 가격 상승세 부담
한은 금통위는 16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8월까지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인 연 0.5%로 만장일치로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올해 들어 코로나19 충격에 대처하기 위해 대대적으로 기준금리를 내리던 흐름을 일단 정지시킨 것이다. 앞서 한은은 지난 3월 16일 개최한 임시 금통위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내린 데 이어 5월 28일에 0.50%로 역대 최저 수준까지 기준금리를 내렸다.
이는 한은이 통화 완화의 일차 목적이었던 금융시장의 안정이 달성된 한편, 시중 유동성이 크게 풀리면서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는 상황을 감안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한은이 이날 배경 설명을 위해 배포한 자료를 보면, 국제 금융시장에서 변동성이 축소됐고 원ㆍ달러 환율이 상당폭 하락했으며 장기 시장 금리도 큰 변동이 없었다.
반면 가계대출은 6월 들어 8조1,000억원 늘어나면서 크게 확대됐고, 주택 매매가격도 수도권과 지방 모두에서 오름세가 확인됐다. 6월 한 달간 주택가격은 수도권에서 0.5%, 지방에서 0.3% 올랐으며 수도권을 제외한 부산ㆍ대구ㆍ광주ㆍ울산ㆍ대전의 주택가격 증가율도 0.4%를 기록했다.
해외 중앙은행의 기준금리가 지난 3월 이후 큰 변동이 없는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 금융시장에 해외 자금이 계속 유입되려면 기축통화국 대비 금리보다 일정 수준은 높아야 한다는 이유 때문에 한국은행 기준금리의 실효하한은 통상 미국 등 주요국의 금리보다 일정 수준 높게 간주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현재 연방기금금리를 0~0.25%로 유지하고 있으며 일본은행 기준금리와 유럽중앙은행 예치금리도 -0.1%, -0.5%에서 변동이 없는 상태다.
한은 "올해 성장률 -0.2%도 못 미칠 듯"
다만 한은은 실물경기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보였다. 금통위 결정문은 “금년중 GDP 성장률이 지난 5월 전망치인 -0.2%를 하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은은 민간소비는 정부 지원과 경제활동 제약 완화로 반등했으나, 건설투자 및 수출은 감소했고 설비투자 회복은 여전히 제약돼 있는 것으로 진단했다. 또 앞으로는 설비투자와 건설투자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겠지만 소비와 수출의 회복은 당초 전망보다 더딜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때문에 비록 인하 흐름을 멈추긴 했지만 기준금리 자체는 여전히 역대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금통위는 결정문에서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국내 경제의 성장세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수요측면에서의 물가 상승압력도 낮은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되므로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금통위는 지난 4월 서영경ㆍ주상영ㆍ조윤제 금통위원이 새로 취임한 후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두 번째 금통위 회의였다. 조윤제 위원은 처음으로 기준금리 결정에 참여했다. 지난 5월 금통위 때는 주식 보유 문제로 결정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 위원은 지난 6월 인사혁신처가 보유 주식의 직무연관성이 있다는 판단을 내리자 이를 처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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