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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에 떠밀린 민주당의 뒷북 사과

입력
2020.07.16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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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마치고 있다. 20.07.15 오대근기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마치고 있다. 20.07.15 오대근기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 “피해 호소인이 겪는 고통에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이런 상황에 대해 민주당 대표로 다시 한번 통절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틀 전 수석대변인을 통해 사과 메시지를 전해 ‘대리 사과’ 논란이 빚어지자 이 대표가 직접 사과를 한 것이다. 하지만 사과 타이밍도 늦은 데다가 ‘피해 호소인’이라는 모호한 화법을 사용해 또다시 사과의 진정성 논란을 불러왔다. 민주당은 소속 광역단체장이 3명이나 연달아 성범죄에 연루된 초유의 사태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하고 사과할 마음이 있기나 한 건지 궁금하다.

이 대표뿐만 아니라 청와대와 여당 인사들은 최근 박 전 시장을 고소한 A씨를 피해자가 아닌 ‘피해 호소인’이라고 부르고 있다. 14일 뒤늦게 입장문을 발표한 민주당 여성의원들도 같은 표현을 썼다. 하지만 피해 호소인은 피해자가 아닐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기는 용어다. 그런데도 전례가 없던 용어를 만들어 피해자를 지칭하는 건 피해 여성 증언이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여권에 여전히 남아 있다는 방증이다.

고인이 된 박 전 시장에게 파렴치한 성범죄자 낙인이 찍히도록 놔둘 수 없다는 심리는 사태 초기부터 여권에 팽배했다. 이 대표는 당 대책을 묻는 기자에게 ‘XX 자식’이라고 막말로 응수했다. 일부 의원들은 “박 시장이 가해자라는 점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은 사자 명예훼손에 해당” “침실ㆍ속옷 등 언어의 상징 조작에 의한 오해 가능성” 등의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과거 피해자 중심주의를 앞세웠던 정당이 맞나 싶다.

민주당은 향후 대책으로 당내 성인지 교육 강화, 선출직 공직자 비위 점검기구 구성 등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피해 여성의 고통보다 자기편 챙기기가 우선이라면 제도 개선은 공염불에 그칠 뿐이다. 민주당은 여론에 떠밀려 마지못해 사과하는 미온적 태도로는 진정한 사태 해결과 재발 방지도 없다는 걸 깨닫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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