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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 처벌 못해... 법 시행에도 여전한 '직장 내 괴롭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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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 처벌 못해... 법 시행에도 여전한 '직장 내 괴롭힘'

입력
2020.07.15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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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6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1년
직장인 70%, "직장 내 괴롭힘 변화 없다"
5인 미만 사업장 적용 대상도 아냐... 사각지대

고 박선욱 간호사 사망사건 공동대책위, 고 서지윤 간호사 사망사건 시민대책위,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 회원들이 15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아산병원의 사과와 서울의료원 권고안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고 박선욱 간호사 사망사건 공동대책위, 고 서지윤 간호사 사망사건 시민대책위,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 회원들이 15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아산병원의 사과와 서울의료원 권고안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5인 미만 복지 기관에서 근무합니다. 직원회의 때마다 시설장은 사무실 안의 일을 밖으로 알리는 직원은 '모가지를 짜른다'고 말합니다. 이 말을 너무 자주 해서 한 번은 그러지 마시라고 했더니 '이런 X같은 년아. 다른 직원들은 다 가만히 있는데 왜 너만 말대꾸야!'라며 윽박질렀습니다. 그 욕설이 잊히지 않고 심장이 두근거립니다. 출근하는 게 지옥 같습니다." ('직장갑질 119'에 지난 4월 접수된 직장인 A씨의 사례)

일명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으로 불리는 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직장인의 대다수는 여전히 괴롭힘을 경험하거나 목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해자의 처벌 규정을 마련하고, 사각지대를 줄이는 등 법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상희 한국산업기술대 지식융합학부 교수는 15일 고용노동부와 한국노동법학회 공동 주최로 열린 '직장 내 괴롭힘 금지제도 1주년 토론회'에서 지난 2~8일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회사에서 직장 내 괴롭힘에 변화가 있었는가'라는 질문에 '변화 없음'이라고 대답한 응답자가 71.8%로 대부분이었다. 법 시행 이후 괴롭힘이 줄었다는 비율은 19.8%에 그쳤다. 오히려 늘었다는 대답도 8.4%나 됐다.

1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직장 내 괴롭힘 금지제도 도입 1주년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발제하고 있다. 뉴스1

1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직장 내 괴롭힘 금지제도 도입 1주년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발제하고 있다. 뉴스1

개정 근로기준법은 직장 내 괴롭힘을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규정하고 명시적으로 금지했다. 또 상시 노동자 10인 이상 사업장은 취업규칙에 직장 내 괴롭힘 예방과 징계 등의 내용을 포함하도록 의무화했다. 다만, 직접적인 처벌 규정을 두지 않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해당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들은 직장 내 괴롭힘의 행위가 증가한 이유(복수응답)로 '신고 체계나 징계 규정 미비(51.2%)'를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문화(53.6%)'에 이어 가장 많이 꼽았다.

처벌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의 대응은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서 최근 직장인 1,000명을 설문조사했더니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을 때 대응(중복응답)으로 '참거나 모르는 척했다(62.9%)'라는 대답이 가장 많았다. 회사를 그만뒀다는 응답도 32.9%나 됐다.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은 "현행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신고를 사업주에게 하도록 돼 있으나 사업주가 사건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아 2차 피해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처벌 규정이 없다 보니 생기는 한계"라고 지적했다. A씨와 같은 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기준법, 즉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적용되지 않아 이 역시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실정이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직장 내 괴롭힘의 가해 행위가 확인되고 일정한 조치가 이뤄진 뒤에도 괴롭힘이 반복되는 경우 당사자가 명백히 반대하지 않는 이상, 형사 처벌 등 적절한 제재가 이뤄지도록 규율을 설계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송옥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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