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6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1년
직장인 70%, "직장 내 괴롭힘 변화 없다"
5인 미만 사업장 적용 대상도 아냐... 사각지대
"5인 미만 복지 기관에서 근무합니다. 직원회의 때마다 시설장은 사무실 안의 일을 밖으로 알리는 직원은 '모가지를 짜른다'고 말합니다. 이 말을 너무 자주 해서 한 번은 그러지 마시라고 했더니 '이런 X같은 년아. 다른 직원들은 다 가만히 있는데 왜 너만 말대꾸야!'라며 윽박질렀습니다. 그 욕설이 잊히지 않고 심장이 두근거립니다. 출근하는 게 지옥 같습니다." ('직장갑질 119'에 지난 4월 접수된 직장인 A씨의 사례)
일명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으로 불리는 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직장인의 대다수는 여전히 괴롭힘을 경험하거나 목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해자의 처벌 규정을 마련하고, 사각지대를 줄이는 등 법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상희 한국산업기술대 지식융합학부 교수는 15일 고용노동부와 한국노동법학회 공동 주최로 열린 '직장 내 괴롭힘 금지제도 1주년 토론회'에서 지난 2~8일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회사에서 직장 내 괴롭힘에 변화가 있었는가'라는 질문에 '변화 없음'이라고 대답한 응답자가 71.8%로 대부분이었다. 법 시행 이후 괴롭힘이 줄었다는 비율은 19.8%에 그쳤다. 오히려 늘었다는 대답도 8.4%나 됐다.
개정 근로기준법은 직장 내 괴롭힘을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규정하고 명시적으로 금지했다. 또 상시 노동자 10인 이상 사업장은 취업규칙에 직장 내 괴롭힘 예방과 징계 등의 내용을 포함하도록 의무화했다. 다만, 직접적인 처벌 규정을 두지 않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해당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들은 직장 내 괴롭힘의 행위가 증가한 이유(복수응답)로 '신고 체계나 징계 규정 미비(51.2%)'를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문화(53.6%)'에 이어 가장 많이 꼽았다.
처벌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의 대응은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서 최근 직장인 1,000명을 설문조사했더니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을 때 대응(중복응답)으로 '참거나 모르는 척했다(62.9%)'라는 대답이 가장 많았다. 회사를 그만뒀다는 응답도 32.9%나 됐다.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은 "현행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신고를 사업주에게 하도록 돼 있으나 사업주가 사건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아 2차 피해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처벌 규정이 없다 보니 생기는 한계"라고 지적했다. A씨와 같은 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기준법, 즉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적용되지 않아 이 역시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실정이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직장 내 괴롭힘의 가해 행위가 확인되고 일정한 조치가 이뤄진 뒤에도 괴롭힘이 반복되는 경우 당사자가 명백히 반대하지 않는 이상, 형사 처벌 등 적절한 제재가 이뤄지도록 규율을 설계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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