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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유동성 35조 늘었지만… 갈 곳 못 찾은 돈, 통장에만 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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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유동성 35조 늘었지만… 갈 곳 못 찾은 돈, 통장에만 쌓였다

입력
2020.07.16 09:49
수정
2020.07.16 16:09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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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속 5월 광의통화 사상최대 급증 불구
가계는 초단기 통장에 '그냥' 보관
기업도 대출한 돈 다시 예금 통장에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초저금리와 대대적인 경기부양책 덕에 5월 시중 유동성(광의통화)이 역대 최대 증가 규모를 경신했다. 유동성 증가 속도도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하지만 풀린 돈 대부분이 실물경기 회복에 기여하기보다 갈 곳을 찾지 못한 채 금융기관에 예금과 단기 금융상품 형태로 머물고 있다. 풀린 돈이 돌지 않으면 결국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가격 상승세를 자극할 수 있는데, 이미 그 부작용을 목격하고 있는 셈이다.

5월 광의통화 증가 규모 역대 최고

1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5월 광의통화(M2)는 계절조정계열 평균잔액 기준으로 4월 대비 35조3,716억원 늘어났다. 통계가 편제된 1986년 이래 한 달 증가 규모로는 가장 크다. 광의통화란 현금과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 등 즉시 사용이 가능한 ‘협의통화(M1)’에 비교적 현금화가 용이한 단기 금융상품, 즉 머니마켓펀드(MMF)와 2년 미만 정기예적금, 수익증권, 양도성예금증서 등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국내 광의통화는 지난달 3,000조원을 돌파했는데, 팽창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직전달 대비 증가율은 3월 0.9%에서 4월 1.1%, 5월 1.2%로 늘었다. 5월 전년동기대비 증가율도 9.9%로 2009년 10월에 기록한 10.5% 이후로 가장 컸다. 시중 유동성이 현금으로 남아 있거나 단기 금융상품으로 흘러갔다는 것은 그만큼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동자금이 많다는 뜻이다.

석 달간 69조원 유동자금 모은 기업, 뒤따른 가계

광의통화를 보유 주체별로 보면, 5월에 기업 부문이 858조9,362억원을 확보해 지난달보다 14조6,000억원을 더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은 지난 3월부터 석 달간 대략 69조원의 유동성을 확보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위기에 대비해 예비자금 확보에 주력한 결과다.

가계(비영리단체 포함)의 광의통화도 5월 들어 총1,547조905억원을 기록, 지난달보다 15조700억원을 더 확보했다. 4월까지는 기업의 자금 확보 규모가 더 컸지만, 5월에는 기업보다 가계가 더 많은 자금 확보에 나선 것이 특징이다. 6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이 8조원 늘어난 것을 고려하면 6월에도 비슷한 통화량 흐름이 나타날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최근 시중 광의통화(M2) 규모

최근 시중 광의통화(M2) 규모


풀린 돈, "그냥 대기 중"

이렇게 풀려 나간 자금의 상당수는 확실한 쓰임새를 찾기보다 대기자금 상태에 머무르고 있다. 협의통화의 증가 속도가 광의통화에 비해서 더 빠르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협의통화의 5월 증가율은 4월 대비 2.9%, 작년 같은달 대비 19.3%를 나타냈다. 한 달 사이에 요구불예금은 15조7,358억원,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은 10조3,799억원 늘어났다. 반대로 2년 미만 정기예적금은 5월 들어 7조9,088억원 감소했다. 금리가 0.5%까지 떨어진 영향이다.

기업도 대출금을 바로 사용하기보다는 다시 은행에 예치하거나 MMF 등 단기금융상품에 쌓고 있다. 5월 MMF 규모는 65조3,148억원을 기록했다. MMF는 주로 법인이 투자처 결정 이전에 잠시 대기자금을 묶어 두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개인 투자자들이 증시에 몰리면서, 투자예탁금 등 잠재적인 증시 구매자금을 통틀어 가리키는 증시 주변자금도 5월 말 기준 144조9,193억원까지 커졌다.

시중 유동성이 금융기관에 묶이자 한은이 잉여자금을 다시 빨아들일 때 사용하는 환매조건부채권(RP) 매각 수요도 늘었다. 특히 지난 6월 4일에 실시된 7일물 RP 매각에는 무려 110조6,800억원어치 응찰이 발생했다. 시중 한은 창구에서 직접 흘러 나간 본원통화(202조원)의 절반이 잠시나마 한은 금고로의 회귀를 원한 셈이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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