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정가 50억원으로 국내 고미술품 최고가 경신이 기대됐던 조선 후기 대표 작가 겸재 정선(1676~1759)의 ‘정선필 해악팔경 및 송유팔현도 화첩(보물 1796호)이 결국 유찰됐다.
15일 오후 서울 신사동 미술경매회사 케이(K)옥션 본사에서 진행된 7월 경매에 출품된 화첩은 시작가 50억원에 호가 5,000만원으로 출발했지만 단 한명의 응찰자도 없었다. 국가지정문화재 보물인데다 이미 시장에서 검증된 겸재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가격에 발목이 잡힌 것으로 보인다. 케이옥션은 화첩의 추정가를 50억~70억원으로 정했다.
우학문화재단이 소장하고 있다가 내놓은 이 화첩은 금강산과 주변 동해안 명소를 그린 진경산수화 8점과 송나라 유학자들의 일화와 글을 소재로 그린 고사인물화 8점 등 총 16점이 들어 있다. 서로 다른 주제의 작품을 한 화첩에 균형 있게 모았다는 점을 인정 받아 2013년 2월 28일 보물로 지정됐다.
겸재 화첩 경매 유찰로 국내 역대 고미술품 최고가 경신도 실패로 돌아갔다. 기존 고미술품 최고 낙찰가는 2015년 12월 서울옥션 경매에서 35억2,000만원에 낙찰된 조선시대 불화 ‘청량산괘불탱’(보물 1210호)이었다.
앞서 5월 간송미술관이 내놨던 보물 불상 2점이 경매에서 유찰된 데 이어 이번 겸재의 화첩도 유찰되면서 미술계에서는 미술시장 침체를 우려하고 있다.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가 발표한 '2020년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 상반기 결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미술품 경매시장 총 거래액은 약 489억7,0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26억원)의 59% 수준으로 반토막이다. 익명을 요구한 고미술학자는 "겸재 애호가들이 상당히 있는데도 불구하고 높은 가격이 부담됐을 가능성이 높다"라며 "삼성 등 미술계 큰 손들이 나서서 시장을 움직여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상황 탓도 크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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