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 능산리 백제 왕릉, 지금보다 훨씬 컸다

15일 문화재청 지하물리탐사 결과 발표

지난해 문화재청 조사 당시 충남 부여 능산리 고분군의 전경. 문화재청 제공

충남 부여 능산리 고분군에 남아 있는 백제 사비시대 왕릉이 지금보다 훨씬 더 거대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는 15일 능산리의 왕릉 봉분이 지금 복원, 정비돼 있는 규모(지름 20m)보다 훨씬 더 크게 조성됐었던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무덤 봉분 외곽에 두르는 '호석(護石)'의 존재가 현재의 봉분 가장자리보다 더 멀리서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는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백제 사비도읍기의 왕실묘역이자,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부여 능산리 고분군에 대해 지하물리탐사를 실시한 결과다. 지하물리탐사는 고고과학 기술의 일종으로, 전기나 진동의 반응을 활용해 땅의 물리적 성질변화를 측정하고, 매장 문화재 분포를 조사하는 기법이다.

문화재청의 지하물리탐사 결과 지도에 따르면 각 봉분이 지금보다 훨씬 큰 규모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문화재청 제공

조사 결과 왕릉은 동하총ㆍ중하총, 서상총ㆍ서하총, 중상총ㆍ동상총처럼 짝을 지어 2개씩 모여 있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왕과 왕비의 무덤이 함께 조성됐거나, 가족단위 매장을 했을 거란 추정이 가능하다.

부여 능산리 고분군은 백제 능원제도의 완성된 모습을 보여주는 자료로 주목받는다. 특히, 고분군 서쪽에 있는 능산리 사지에서는 '백제금동대향로'(국보 제287호)와 '석조사리감'(국보 제288호) 등이 출토된 바 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