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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 가능한' 미국 대통령

입력
2020.07.15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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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월 30일 아이오와주 디모인 유세 도중 지지자들을 향해 주먹을 쥐어 보이고 있다. 디모인=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월 30일 아이오와주 디모인 유세 도중 지지자들을 향해 주먹을 쥐어 보이고 있다. 디모인=로이터 연합뉴스


"거래가 가능하니 예측 가능하다. 우리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다."

얼마 전 친분 있는 중국의 한 관변학자가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에 진전이 있는지를 위챗으로 물어왔다. 뻔한 대답 뒤 곧바로 미중관계 전문가인 그에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중 누구를 선호하는지 물었다. 망설임 없이 트럼프 대통령이라길래 이유를 물었더니 이런 답변이 왔다.

4년 전을 돌이켜보면 가끔 쓴웃음이 난다. 당시 세평은 막말과 허세로 무장한 사기꾼이 아닌 치밀하고 집요한 협상가였다. 그의 '변칙'을 이해할 '비책'을 찾던 국내 독자들은 12년만에 재출간된 '거래의 기술'을 베스트셀러로 만들었다. 지렛대를 사용하라는, 최악을 생각하라는, 심지어 신념을 위해 저항하라는 그의 원칙들은 가슴에 새길 만했으리라.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나라들을 거래의 대상으로 여긴다는 사실은 숱하게 확인됐다. 당장 한국을 포함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일본 등을 겨냥한 방위비분담금 협상이 그렇다. 최근 위구르족을 탄압하는 중국 관료ㆍ기관 제재법안에 서명해놓고 ‘추가적인 무역 합의’를 이유로 시행을 미룬 건 백미다. 동맹국과 우호국, 적성국을 가리지 않는 건 물론 외교안보 국방 무역 인권 등을 망라한다.

최대 거래처는 단연 중국이다. '중국 때리기'가 집권에 결정적이었다는 게 중론이다. 임기 내내 무역전쟁과 코로나19 책임론 등으로 중국을 몰아붙였다. '우한 바이러스' 명칭을 고집하고, 화웨이 등 중국의 4차 산업혁명 기반을 옥죄고, 대만에 무기 판매를 승인하는 등의 일련의 대중 압박은 대선 승부수로 여겨진다. 4년 전 중국이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빼앗았다며 팜벨트와 러스트벨트의 표심을 흔들었듯이. 언뜻 보면 수익이 꽤 큰 일방거래인 듯하다.

중국은 얼마나 손해를 봤을까.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29년래 최저인 6.1%였다. 1월엔 미국산 농산물 대량구매를 약속한 1차 무역합의에 서명했다. 그런데 중국은 수년 전부터 성장률 목표를 6%대로 낮추고 경제 체질 개선에 주력해왔다. 무역전쟁이 한창이던 때 미국 소매산업지도자협회(RILA)는 중국산 생활필수품에 고율관세가 붙자 "미국 소비자들이 벌 받고 있다"고 한탄했다. "나처럼 중국을 손 본 대통령이 있었느냐"는 트럼프 대통령의 반문은 차라리 솔직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연합(EU)과 한국 일본 인도 호주 등을 압박하며 추진해온 중국의 외교적 고립은 얼마나 진전됐을까. 중국 관영 환구시보의 후시진 편집장이 트위터에 "우리가 당신(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바라는 건 세계가 미국을 혐오하게 하고 중국 내 단결을 촉진하기 때문"이라고 쓴 건 상징적이다.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이 중국에 이익이란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각급 학교에 대면수업을 하지 않으면 연방자금 지원을 끊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열흘 새 코로나19 일일 확진자가 7만명대까자 급증한 상황에서다. 대선을 앞두고 경제 성과를 부각시키려 국민의 세금으로 학교 현장에 거래를 제안한 셈이다. 중국이 누구를 선호하는지는 짐작할 만하다. 미국 국민들의 선택은 어떨까.

양정대 국제부장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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