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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겐 국적을 묻는 것도 상처"... 난민 문제 영화로 만든 고교생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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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겐 국적을 묻는 것도 상처"... 난민 문제 영화로 만든 고교생 감독

입력
2020.07.17 16:21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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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바탕으로 난민영화 감독한 이태양군

이란 출신 김민혁군의 난민 재판 전날을 영화로 제작한 영화 '슈퍼스타'의 한 장면. 이태양군 제공

이란 출신 김민혁군의 난민 재판 전날을 영화로 제작한 영화 '슈퍼스타'의 한 장면. 이태양군 제공


"낯선 이에게 국적이 어디냐고 물어보는 단순한 질문도, 사람에 따라서는 상처를 주는 일이 될 수도 있어요."

민감한 사생활도 아니고 국적을 묻는 게 뭐 그리 큰 일이냐 할 수도 있겠지만, 이태양(17·계원예고 2학년)군의 생각은 좀 달랐다. 이군은 올해 초 이란 출신 난민 김민혁(17)군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슈퍼스타'를 만든 학생 감독이다.

모두들 겉으로는 "다양성이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하지만 내심 '국적'에 따른 차별이 존재하고, 실생활에서도 출신국에 따라 대우가 달라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을 이군을 잘 안다. 이군이 난민을 소재로 한 영화를 만든 이유 역시 바로 이런 보이지 않는 차별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

이군은 13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난민 역시도 그저 우리 곁에 있는 평범한 친구들인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영화를 통해 난민 문제로 고통 받는 이들에게 따스한 위로를 전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만든 영화 '슈퍼스타'는 출국명령서를 받은 이란 출신의 소년이 한국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다시 난민 재심사를 받는 과정을 다룬다. 영화의 내용은 가상이지만, 영화 속 난민 소년의 역할은 한국에서 실제로 난민 자격을 인정받은 김민혁군이 맡았다. 이군은 "민혁이와 동갑내기 친구라 촬영 당시에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며 "영화 촬영 과정에서 난민 문제를 더욱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김민혁 군과 그의 아버지의 난민 지위 인정 문제는 지난해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받았다. 이들 부자는 종교적 박해 등의 이유로 난민 지위 인정을 신청했지만, 김군은 심사를 통과한 반면 아버지는 난민 재심사에서도 불인정 결정을 받았다.

이런 난민 문제를 평범한 중학생의 시선에서 바라 본 이 작품은 친구 몇몇의 자기 만족에 그치지 않았고, 외부에서 영화적 성과를 인정받았다. '슈퍼스타'는 제6회 난민영화제 특별영상전에 선정됐고, 7일 열린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레디~액션! 18’에서도 선보일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이란 출신 김민혁군의 난민 재판 전날을 영화로 제작한 계원예고 2학년 이태양(17)군. 이태양군 제공

이란 출신 김민혁군의 난민 재판 전날을 영화로 제작한 계원예고 2학년 이태양(17)군. 이태양군 제공


이군이 난민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16년부터 3년간 말레이시아에서 유학 생활을 하면서부터다. 그는 "유학을 마치고 돌아왔더니, 막상 한국이 말레이시아보다 다양성이 존중받지 않는 사회라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군은 "말레이시아는 다민족국가로 종교가 다양하고, 성소수자도 많아 당연하게 여겼던 일들이 한국에서는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난민 문제도 그 중 하나인데, 한국이 선진국이 됐다고 하면서 정작 난민 문제를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것을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이 군은 차기작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가족을 잃은 이들을 소재로 한 작품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로 조문객도 맞이할 수 없는 현실과 사람의 죽음까지도 제대로 배웅할 수 없는 상황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그는 "장래희망을 영화감독으로 정한 것은 아니지만 영화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사회에서 조명받지 못한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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