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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 연기' 일본 철강재 덤핑 공세까지...철강업계,  트리플악재에 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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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 연기' 일본 철강재 덤핑 공세까지...철강업계,  트리플악재에 신음

입력
2020.07.15 04:3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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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포스코 광양제철소 제품 출하장에 철강 제품이 쌓여 있다. 연합뉴스

전남 포스코 광양제철소 제품 출하장에 철강 제품이 쌓여 있다. 연합뉴스

국내 철강업계가 ‘트리플 악재’에 신음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여파로 감산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과 더불어 최근엔 일본산 덤핑 물량 공세까지 추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열릴 예정이었던 도쿄올림픽이 코로나19로 연기되면서 각종 경기장이나 인프라 공사에 맞춰 준비했던 철강제품을 한국에 초저가로 떠넘기면서 국내 철강업계엔 일본산 덤핑 경보가 발령됐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안 그래도 수요가 확 줄어 버티기 힘든데 일본산 저가 공세까지 더해져 중소 철강 가공 업체들이 줄도산 위기에 처했다”고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일본산 저가 공세로 중국산 수입 중량 추월

14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국내에 수입될 일본산 형강 가격은 톤당 65만~70만원 수준으로 한국산 대비 5만~6만원 가량 낮게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형 조선사는 일본산 형강 매입 비중을 90%까지 늘리며 원가 절감에 나섰고, 상대적으로 국내 철강사들은 '일본산 가격과 맞춰달라'는 거래처의 요구에 수주를 포기하는 경우까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올해 일본산 철강제품은 수입 중량에서 중국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수입 금액 기준으로는 중국이 1위였다. 일본산 제품의 중량 대비 단가가 중국산보다 훨씬 싸다는 것으로, 일본의 초저가 공세가 상당하단 얘기다. 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일본산 철강제품 누적 수입 중량은 365만5,000톤으로 중국(365만3,000톤)을 넘어섰다. 그러나 누적 수입 금액에서는 중국이 32억595만 달러로, 일본의 21억8,770만 달러보다 월등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최근 일본산 열연강판은 중국산보다도 톤당 40달러 이상 낮은 가격으로 수입 계약이 진행됐다"며 "일본 철강사들이 큰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초저가로 한국 수출 물량을 늘리는 이유는 내수 판매가 그 만큼 어렵기 때문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외국산 저가 공세에 원자재 가격 상승, 수요 절벽까지 '3중고'

일본산 덤핑 공세에 신음 중인 국내 철강업계에 원자재 가격 상승은 또 다른 부담이다. 현재 철강업계 주원료인 철광석 가격은 상승세다. 호주, 브라질 등 주요 철광석 수출국들이 생산 차질을 빚고 있는데, 중국이 인프라 투자 확대에 나서는 등 수요는 증가하기 때문이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에 따르면 10일 기준 철광석의 톤당 가격은 104.27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15일 81.99달러를 기록한 것에 비하면 30% 가까이 오른 것이다. 글로벌 철광석 공급의에서 각각 47.5%와 26.9%를 차지하는 호주와 브라질은 최근 기상 악화와 코로나19 여파로 철광석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1월 광석 생산 후 폐기물을 보관하는 광미댐이 붕괴해 최소 257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세계 최대 철광석 생산업체인 브라질 발레(vale)가 운영하는 페이자오 광산이 폐허로 변했다. 브루마지뉴=AFP 연합뉴스

지난해 1월 광석 생산 후 폐기물을 보관하는 광미댐이 붕괴해 최소 257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세계 최대 철광석 생산업체인 브라질 발레(vale)가 운영하는 페이자오 광산이 폐허로 변했다. 브루마지뉴=AFP 연합뉴스

원자재 가격 상승은 고스란히 철강업계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에너지 정보업체 스탠더드앤푸어스 글로벌 플래츠(S&P Global Platts)가 발표한 철광석 시장 가격은 2018년 7만6,000원에서 올해 1분기 9만9,000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제품가격 인상과 연동시키긴 쉽지 않다. 당장 일본산 철강제품의 저가 공세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더 악화될 수 있어서다.

여기에 올해 대부분 국가의 철강 수요가 두 자릿수대로 감소,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으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최근 한국철강협회 재료산업인적자원개발위원회(ISC)와 세계 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철강수요는 전년 보다 6.4% 감소한 16억5,390만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2009년 6.3% 감소한 것보다 감소폭이 더 큰 전망치다. 국가별로는 중국이 1% 증가하는 것을 제외하면 미국(22.9%), 독일(20%), 일본(19.1%) 인도(18%), 이탈리아(18%), 한국(12.7%) 등 주요 국가들의 철강 수요가 일제히 급감할 것으로 예상됐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 철강업계가 위기에 처했는데, 특히 한국은 일본의 무분별한 저가 공세까지 더해지며 힘든 상황을 겪고 있다"며 "앞으로도 일본의 저가 판매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수입재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철강협회를 통해 공동 대응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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