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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사막 메뚜기떼와 '전쟁 중'…한국은 괜찮을까

입력
2020.07.19 09:00
수정
2020.07.19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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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로아' 김도윤 작가와 함께보는 사막 메뚜기 현상②
살충제 대량 살포에 메뚜기 현상금·동물 사료화 등
국내 출현 가능성 낮지만…검역 강화·긴급방제 준비

편집자주

식량안보 위협 요인으로 떠오른 사막 메뚜기떼. 어디서 왜 창궐했고, 어떤 특성을 갖고 있기에 전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집어 넣고 있는 걸까요.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있는지, 한국은 사막 메뚜기떼의 습격에서 안전한 것인지. 곤충 전문가이자 곤충 덕후로 알려진 인물이죠. 책 '만화로 배우는 곤충의 진화', '만화로 배우는 공룡의 생태' 등을 펴낸 '갈로아' 김도윤 작가와 함께 두 차례에 걸쳐 살펴봅니다.

예멘의 수도 사나에 12일(현지시간) 출몰한 사막 메뚜기떼 사이를 한 소년이 걷고 있다. 사나=신화 연합뉴스

예멘의 수도 사나에 12일(현지시간) 출몰한 사막 메뚜기떼 사이를 한 소년이 걷고 있다. 사나=신화 연합뉴스


지난달 27일 인도 구르가언 도심에 메뚜기 떼가 날고 있다. 로이터

지난달 27일 인도 구르가언 도심에 메뚜기 떼가 날고 있다. 로이터



기후변화로 인해 동시에 눈 뜬 수천만 마리 사막 메뚜기떼. 세계 피해 전망만 수조원으로 예측되는 상황인데요. 한국 정부도 7일 사막 메뚜기떼로 식량난을 겪고 있는 서남아시아와 아프리카 14개국에 유엔 세계식량계획(WFP)과 식량농업기구(FAO)를 통해 400만 달러(약 48억원)를 지원하는 등 지구촌 위기 극복에 손을 보탰죠. 이는 식량 지원 외 메뚜기떼 확산을 막기 위한 사전 관찰 및 방제 활동에도 쓰이게 되는데요. 각국은 지금 사막 메뚜기떼와의 전쟁에서 어떤 전략을 펼치고 있을까요. 한국은 괜찮은 걸까요?

획기적 대안은 아직 없어…살충제 사용에 식용 활용도 어려워져

케냐 투르카나주의 한 여인이 2일(현지시간) 사막 메뚜기떼 사이를 헤쳐나가고 있다. 투르카나=로이터 연합뉴스

케냐 투르카나주의 한 여인이 2일(현지시간) 사막 메뚜기떼 사이를 헤쳐나가고 있다. 투르카나=로이터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아프리카 케냐 투르카나의 목축지 위로 메뚜기 떼가 이동하고 있다. 로이터

지난달 29일 아프리카 케냐 투르카나의 목축지 위로 메뚜기 떼가 이동하고 있다. 로이터


사실 사막 메뚜기를 방제하기 위한 획기적인 방법은 아직 없습니다. 그동안 고독형 사막 메뚜기를 군집형으로 바꾸는 페로몬을 조절하는 방제법과 사막 메뚜기만을 살상하는 곤충병원성 곰팡이를 이용한 방제법 등이 연구되긴 했지만 전격 도입은 어려운 상황인데요. 이 때문에 현재까지는 화학 살충제를 이용한 방제를 가장 보편적으로 쓰고 있습니다.

이미 사막 메뚜기에게 지속적으로 피해를 입어온 아프리카는 그 나마 나름의 방제 체계를 갖추고 있는 편인데요. 사막 메뚜기떼가 발생한 뒤에 살충제를 주문하면 이미 늦어 신속한 대응이 어렵기에, 자주 일어나는 지역에는 창고를 만들어 일정량 보관하다 필요할 때 꺼내 쓰고 있습니다. 이 살충제는 일단 사막 메뚜기떼가 나타나면 눈 깜짝할 사이에 다 써버리지만, 반대로 한 지역에서 장기간 발생이 없을 경우 사용 기한이 지나버린다는 문제 때문에 이웃나라들끼리 서로 빌려주는 시스템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해요.

예멘 등 일부 국가에서는 사막 메뚜기를 식용으로 활용하기도 하는데요. 사막 메뚜기는 몸의 60% 정도가 단백질로 이뤄진 고단백 생물이라는 특성을 갖고 있죠. 튀기고, 굽고, 말리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조리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과거 농촌에서는 풀무치 튀김이나 볶음을 흔히 볼 수 있었는데요. 최근에는 살충제 때문에 식용으로 쓰는 것마저도 어렵게 됐어요. FAO는 "살충제로 죽은 메뚜기의 몸 속에는 독성이 잔류해있을 수 있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도 먹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죠.

파키스탄 수쿠르 외곽에서 1일(현지시간) 농부들이 몰려든 사막 메뚜기떼를 쫓고 있다. 수쿠르=신화 뉴시스

파키스탄 수쿠르 외곽에서 1일(현지시간) 농부들이 몰려든 사막 메뚜기떼를 쫓고 있다. 수쿠르=신화 뉴시스

파키스탄에선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는, 조금 독특한 방식을 사용해 주목받았는데요. 사람을 이용해 사막 메뚜기를 포획, 닭 사료로 만드는 방법입니다. 사막 메뚜기는 온도가 떨어진 밤에는 거의 움직이지 않고 식물에 몰려있어 비교적 잡기 쉽다고 하는데요. 당국에서 2파운드(0.9㎏)당 20루피(약 320원)을 주고 매입하겠다고 밝히자 3일만에 수백명이 참가, 무려 20톤의 메뚜기가 채집됐죠. 다만 근본적으로 개체 수를 감소시키기엔 역부족이었고, 사막 메뚜기떼가 규모가 너무 큰 탓에 재정적 여력이 없어 중단됐습니다.

한국과 인접한 중국도 국경이 맞닿은 파키스탄까지 다다른 사막 메뚜기떼를 방제하기 위해 대량의 농약을 구비하고 드론 살포를 준비했다고 하는데요. 파키스탄에서 사막 메뚜기 방제에 성공해 중국까지 넘어오는 일이 없도록 지원도 하고 있죠. 이와 함께 '10만 오리부대'라는 재미있는 발상을 내기도 했는데요. 메뚜기의 천적인 오리 10만 마리를 보내 먹어치우게 한다는 계획이었어요. 다만 오리는 물가에 사는 생물이라 사막 메뚜기가 주로 다니는 건조하고 더운 사막 지대에서 활동할 수가 없어 무산됐습니다.



농촌진흥청 "한국은 안전"…수시 모니터링·긴급방제제 준비

예멘의 수도 사나에서 3일(현지시간) 한 농부가 사막 메뚜기를 집어보이고 있다. 사나=신화

예멘의 수도 사나에서 3일(현지시간) 한 농부가 사막 메뚜기를 집어보이고 있다. 사나=신화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요? 우선 농촌진흥청 측은 "한국은 사막 메뚜기떼로부터 안전하다"고 말했는데요. 전례도 없었을 뿐더러 과학적으로 사막 메뚜기떼가 한국까지 날아들어올(비래)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번식을 거치며 세력이 커졌을 때 중국 국경까지 날아서 접근한 경우는 있었으나 운남성 인근의 해발 2,000m 험난한 산맥을 넘어야 하고, 사막 메뚜기 자체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사막 기후와 유사한 환경에서 살아온 종으로 식생이 달라지면 생존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곤충전문가 '갈로아' 김도윤 작가 또한 "히말라야 산맥을 포함한 중국 티베트 지역의 고산지대를 넘어올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계절풍을 타고 바다를 넘어올 가능성도 있지만 사막에 서식했던 종이 다른 생태계에 유입돼 정착할 수 있을지는 또 다른 문제"라고 말했는데요. 다만 "오늘날 아프리카 사막 메뚜기의 조상이 600만 년 전 아프리카를 건너 아메리카에 정착, 여러 종으로 진화한 전적이 있다는 것이 몇몇 연구를 통해 밝혀진 바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국내에서는 사막 메뚜기 특성상 겨울을 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외부에서 날아오는 개체 관련 모니터링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데요. 농촌진흥청의 정충섭 농촌지원국 재해대응과장은 "사막 메뚜기가 목재 등을 실은 배를 타고 한두 마리 정도 유입된 경우는 있었지만 지금까지 산맥을 넘어 중국 내에서 발견된 적은 없다"며 "중국 정부가 운남성에 사막 메뚜기 예찰포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데, 한국과 비래 해충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관측 자료를 주기적으로 받아 분석하는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케냐 투르카나주에서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한 남성이 사막 메뚜기 방제제를 살포하고 있다. 투르카나=로이터 연합뉴스

케냐 투르카나주에서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한 남성이 사막 메뚜기 방제제를 살포하고 있다. 투르카나=로이터 연합뉴스

또한 농촌진흥청 국제기술협력과에서도 현지에 인력을 파견해 정보를 수시로 수집하고 있다는데요. 혹시 모를 상황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겠죠.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검역본부에 특히 국내로 들어오는 식물에 대한 검역을 철저히 하도록 조치했고, 만일 중국까지 진출할 경우의 대응책을 담은 예찰·방제 매뉴얼을 제작하는 중이라고 합니다. 다만 아직 국내에는 사막 메뚜기가 발생한 적이 없어 관련 방제제가 등록돼있지는 않은 상황인데요.

정 과장은 "어떤 약이 필요한지를 파악하고 있고, 혹시라도 중국에 들어와 국내로 유입될 가능성이 생긴다면 37개 품목 109개 작물 관련 긴급방제약제를 등록할 준비를 해놓은 상태"라며 "병해충과 관련해 15일 단위로 전국에서 예찰한 것을 입력, 분석하고 있는데 최근 중국에서 날아온 열대거세미나방도 바로 발견, 잡아내고 약을 뿌리는 등 조치를 하면서 피해율이 1%도 되지 않았 듯 사막 메뚜기떼에 대해서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렇듯 곳곳에서 식량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는데요. 대량의 살충제로 사막 메뚜기떼를 소탕해 일시적으로 피해를 줄이는 방법은 결국 임시방편에 불과하겠죠. 이례적으로 거대한 사막 메뚜기떼를 부른 근본 원인인 기후변화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인류는 현명한 해법을 찾아낼 수 있을까요.

이유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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