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정부 공인 특파원이 되기 위한 언론사 현지 지국의 설립은 쉽지 않았다. 3개월이면 충분하리란 예상은 빗나갔고 6개월 특파원비자가 만료돼 싱가포르를 다녀온 다음달에야 허가가 났다. 더디고 불확실한 행정 체계만 손봐도 인도네시아는 발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를 듣는다. 중국과 인도만 아시아로 알았던 18세기 서양인들 시각이 투영돼 '인도 옆 섬들'이 어원인 인도네시아를 오죽하면 교민들은 '(참을) 인(忍)도 넷이야'라고 부를까. 빨리빨리 문화가 밴 한국인들은 현지 행정 처리에 속이 터진다.
작년 말 양국 정상 간 합의에도 재협상이 지지부진한 우리나라와 인도네시아의 차세대 전투기(KF-X/IF-X) 공동개발 사업이 그렇다. 미납 분담금은 쌓여만 가고, 그에 따른 한국의 비난여론도 비등한데 인도네시아는 요지부동이다. 현지 정가에서 "조코위(대통령)와 프라보워(국방장관) 그리고 천사만 안다"고 할 정도로 안갯속이다.
첨단무기 공동개발은 양국 모두에게 전인미답이라 잡음을 피할 수 없다. 러시아 전투기 구매 운운하는 국방장관의 행보가 우리로선 못마땅하지만, 2년 전 추진했다가 미국의 반대로 무산된 걸 감안하면 실현 가능성이 낮다. 게다가 '당장 구매'와 '차세대 개발'은 엄연히 다른 분야다. KF-X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국방장관도 이런 사실을 최근 인정했다는 후문이다.
설사 인도네시아가 발을 빼더라도 손해를 보는 쪽은 인도네시아다. 지금까지 낸 분담금 중 2,000억원 이상을 날릴뿐더러 현지에 1,000억원을 투자한 관련 시설도 사실상 무용지물이 된다. 국가 평판 하락 등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무형의 손실도 더해진다.
양국 방위산업 협력엔 9년 사업 끝에 우리 기술을 이전받아 조립한 뒤 인도네시아 역사상 처음으로 수심 250m 잠항에 성공한 잠수함 3번함이 있다. KF-X는 동남아시장 개척, 방산 파급 효과, 국가브랜드 격상 등 우리 미래 국익에 중요한 사업이다. 양국 정상이 호형호제하는 만큼 형인 우리가 좀 더 아량을 베풀어도 된다. 시간과 대의는 우리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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