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쪽에서 '책임지라' 메시지에 한 마디도 못해"
"원망하려는 의도 없어… 페이스북은 떠나 있겠다"
법무부 양성평등정책 특별자문관 서지현 부부장 검사가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혐의 피소 건과 관련해 "한마디도 입을 뗄 수 없었다. 숨쉬기조차 쉽지 않았다"며 언급하기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 서 검사는 2018년 1월 검찰 내 성추행 문제를 폭로하며 한국 미투 운동을 시작한 인물로 꼽힌다.
서 검사는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박 시장 사망 후 여러 메시지가 쏟아졌다며 심경을 토로했다. 서 검사는 박 시장과 인연에 대해 "저 역시 인권변호사로서 살아오신 고인과 개인적 인연이 가볍지 않았다"며 "애통하신 모든 분이 그렇듯 개인적 충격과 일종의 원망만으로도 견뎌내기 힘들었다. 그런데, 개인적 슬픔을 헤아릴 겨를도 없이 메시지들이 쏟아졌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쪽에서는 네 미투 때문에 사람이 죽었으니 책임지라 했고, 한쪽에서는 네 미투 때문에 피해자가 용기를 냈으니 책임지라 했다"며 "한마디도 입을 뗄 수 없었다. 숨쉬기조차 쉽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서 검사는 "어떤 분들은 입장 바꿔 네 가해자가 그렇게 되었으면 어땠을지 상상해보라고 했다. 제가 그런 경우를 상상 안해봤을까봐. 그 상상으로 인해 심장이 곤두박질치고 대책 없이 떨리고, 그런 상황이 너무 거지 같아 숨이 조여드는 공황장애에 시달려보지 않았을까 봐"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서 검사는 이같이 밝히는 이유에 관해 "힘들다는 말을 하려는 것도 누구를 원망하려는 것도 아니다"라며 "모두는 경험과 인식이 다르다. 극단적 양극의 혐오 외에 각자의 견해는 존중한다. 모두 끔찍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을 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서 검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을 멈출 뜻을 밝혔다. 서 검사는 그동안 SNS를 통해 세계 최대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운영자 손정우 사건 등 사회 문제에 대한 견해를 활발히 밝혀왔다. 그는 "많은 기대를 해주시는 분들께 송구스럽게도 도져버린 공황 장애를 추스르기 버거워 저는 여전히 한마디도 하기 어렵다. 한마디도 할 수 없는 페북(페이스북)은 떠나있겠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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