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공동체가 수 많은 당신의 고통에 공감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조문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
“차마 아무 일도 없었다는듯 애도할 수 없습니다. 슬픔과 분노 속에서도 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야 합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의 갑작스런 죽음을 두고 정의당 소속 류호정 장혜영 의원이 공식적으로 조문을 거부했다. 박 시장으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당한 고소인과의 연대를 선언하면서다. 그러자 정의당을 향한 공격에, 탈당 이슈까지 점화됐다. 하지만 약자일 수밖에 없는 피해 고소인을 보호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비난 자체가 온당하느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논란이 촉발된 정의당 내부에서도 진보정당으로서의 정체성과 맞물려 이런 문제에 더 선명하게 다가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젊은 의원 비판하며 탈당 러시?
두 의원의 조문 거부 발언 후폭풍은 내부적으로도 거셌다. 성현 정의당 혁신위원은 당 홈페이지에 “우리 당의 일부 인사들이 상 중에 지켜야 할 기본적인 도의를 지키지 않고 무례한 발언을 했다”고 비판했다. 실제 일부 당원들은 홈페이지 게시판에 탈당을 선언했다. 당 지도부를 향해 사과와 사태 수습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이들은 박 시장이 생전 인권변호사와 시민운동가, 서울시장으로서 남긴 업적에 애도가 우선이라는 점을 비판의 명분으로 내걸었다.
실제 13일 정의당에 따르면 박 시장 죽음 이후 당원 수 백명이 탈당했다. 평소 한 달에 200~300명 정도 탈당을 하는 수준과 비교하면 이를 다소 웃도는 수치라는 게 정의당 설명이다. 이와 관련 정의당 관계자는 이날 "굳이 탈당 ‘러시’로까지 표현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오히려 정의당을 응원하며 새로 입당하는 당원들도 늘었다고 한다. 언론 등을 통해 탈당 이슈가 부각되고 있지만, 굳이 따지면 박 시장 죽음 이후 입당자와 탈당자 수에 큰 차이가 없다는 얘기다.
“피해 호소인과의 연대는 가장 중요”
박 시장 죽음과 관련해 정의당의 기본 입장은 애도를 표하는 동시에 피해 고소인에 대한 보호도 취하자는 입장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약자일 수밖에 없는 피해 고소인 보호에 더 치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게 들리는 것도 사실이다.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탈당 거부 등의 해시태그가 공유됐다. 조문 거부 의사를 밝힌 두 의원을 응원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게 나왔다. 류호정 의원도 이날 YTN 라디오에 출연해 “박 시장과 함께 한 많은 분의 애도는 그 자체로 마땅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그 때 한 사람만큼은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고소인 편이라고 말해주고 싶었다"고 피해 고소인 보호에 방점을 찍었다. 이에 더해 류 의원은 “2차 가해가 현실화된 상황에서 고소인뿐 아니라 권력관계에서 비슷한 경험을 했을 많은 분들에게 무조건적 지지를 보내는 저 같은 국회의원도 있다고 알려줘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의미를 확장했다. 때문에 당 안팎에서는 이번 사안이 당의 정체성 부분과 관련해 하나의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얘기도 흘러 나온다. 실제 김종철 선임대변인은 이날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번 사안을 둘러싸고) '고맙다'라고 표현하는 분들도 있다"면서 "당 입장에서는 일종의 진통으로, 질서 있는 토론을 통해 서로의 인식을 맞춰가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 박 시장 성추행 피해 고소인 측 기자회견 직후 조혜민 대변인은 "4년이라는 시간 동안 홀로 힘들고 아파했을 피해자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용기를 내 준 것에 감사함을 전한다"면서 "정의당은 공당으로서 피해자에 대한 보호와 치유, 회복을 위한 정치적 책임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공식 입장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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