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270회 넘게 라운딩… 닷새에 한 번 꼴
아베와도 '골프 외교'…산불·지진에도 '골프 삼매경'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23일 버지니아주 스털링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고 있다. 수행 경호원들과 달리 라운딩 내내 그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스털링=EPA 연합뉴스
'왜 나만 갖고 그래?' 전두환 전 대통령의 유행어가 생각나네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말입니다. 최근 잦은 골프장행으로 논란이 일자 12일(현지시간) "오바마는 더 많고 더 긴 라운드를 했는데 문제가 없었다"고 반박했죠.
트럼프 대통령이 골프 문제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걸고 넘어진 건 처음이 아닙니다. 대선후보 시절인 2016년 오바마 당시 대통령을 두고 "미국프로골프(PGA) 선수들보다 더 많이 친다"고 지적했죠. 2014년 10월에도 에볼라 바이러스가 퍼지는데 골프나 친다고 오바마 전 대통령을 저격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이 취임한 후에는 골프장을 자주 찾았는데요. 이날 정치전문매체 더힐 등 외신에 따르면 그는 2017년 1월 취임 이후 275회 골프장을 찾았습니다. 지난해엔 최소 80여 회 넘게 골프장에 갔지요. 닷새에 한 번 꼴입니다.
그는 버지니아주 스털링에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이라는 골프장도 가지고 있죠. 1985년 플로리다주 팜비치 소재 리조트를 인수해 리모델링 한 후 95년 개장한 곳이에요. 그는 평소 주말마다 자신 소유의 골프장을 자주 찾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누구와 그렇게 골프 회동을 즐기는 걸까요. 먼저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 등 자신의 최측근과 자주 골프를 쳐요. '골프 여제' 애니카 소렌스탐, 전설적 골프 스타 게리 플레이어 등 은퇴한 유명 선수들과도 여러 번 골프장을 찾았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일본 지바현 모바라시에 위치한 골프장에 도착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만나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있다. 지바=교도 연합뉴스
소문난 '골프광'인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트럼프 대통령의 골프 친구죠. 만날 때마다 골프 회동으로 친분을 쌓았는데요. 긴장을 푼 채 의견을 교환하고 신뢰 관계를 깊게 하기 위한 외교의 수단으로 공통의 취미인 골프를 활용한 것이죠. 아베 총리는 2016년 11월 미국 뉴욕을 방문할 당시 당선인이었던 트럼프 대통령에게 골프채를 선물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골프는 종종 비판의 대상이 되고는 했는데요. 2018년 8월 그레이엄 상원의원과 골프를 치는 동안 캘리포니아 17개 지역에서 산불이 발생해 6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일었었죠. 아베 총리와 다섯 번째 라운딩을 했던 지난해 5월에는 찾았던 골프장이 공교롭게도 전날 규모 5.1의 지진이 발생했던 수도권 지바(千葉)에 위치했던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죠.
5월 25일 미국 현충일 연휴 기간 이틀 연속 쳤던 골프도 문제가 됐습니다. 그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다 75일 만에 골프장 나들이에 나섰는데요. 마스크는 착용하지 않았습니다. 11월 대선에서 트럼프와 경쟁할 바이든 전 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미국 내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10만명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가하게 골프를 치고 있다며 "(대통령직에 대한) 준비가 안 된 사람"이라고 비판했죠.
코로나19 사태로 눈총은 더욱 따가워지고 있는데, 이번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골프는 운동"이라며 뜻을 굽히지 않았죠. 한동안 그의 '골프사랑'은 계속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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