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의 스토브리그는 암담했다. 핵심 내야수 안치홍을 롯데에 뺏겼을 뿐 전력 보강에 실패하면서 지난 시즌 7위에 그친 성적의 반등 요인이 보이지 않았다. 메이저리그 스타플레이어 출신의 외국인 수장 맷 윌리엄스(55) 감독을 영입했지만 결국 선수가 하는 야구에 제 아무리 명장이 온들 얼마나 효과가 있겠냐는 회의적인 시선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윌리엄스 감독은 이런 예상을 보기 좋게 깨뜨리며 한국야구 연착륙 조짐을 보이고 있다. KIA는 12일 현재 상위권 도약을 바라보는 4위다. 많은 경기가 남았지만 시즌 전 아무도 예상 못했던 경쟁력이다. 조계현 KIA 단장도 "윌리엄스 감독이 선수단을 잘 이끌어줘 지금까지 순항 중"이라고 말했다.
롯데의 암흑기를 걷어낸 제리 로이스터 감독과 SK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트레이 힐만 감독에 이어 외국인 감독의 '특별함'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선수들에 따르면 외국인 감독의 가장 큰 장점은 '선입견 없는 기용'이라고 입을 모은다. 선수에 대한 배경 지식이 없다 보니 백지 상태에서 오직 야구를 임하는 태도와 기량만으로 평가하기에 누구나 동등한 경쟁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다. 이는 선수단 전체에 긍정적인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실제 올 시즌 KIA를 팀 평균자책점 1위(4.28)의 '투수 왕국'으로 환골탈태시킨 주역은 윌리엄스 감독의 눈에 든 박준표 전상현 문경찬 불펜 3인방이다. 타선에서도 지난해 56경기만 뛰며 1할대 타율에 그쳤던 나지완을 파격적으로 4번 타자로 발탁했다. 나지완은 타율 0.283에 8홈런, 36타점으로 KIA 상승세를 견인하고 잇다. 백업 1루수였던 유민상도 윌리엄스 감독 밑에서 꽃을 피웠다.
윌리엄스 감독은 메이저리그에서 17년간 통산 타율 0.268에 홈런 378개, 타점 1,218개, 안타 1,878개를 남겼다. 5차례 올스타에 뽑히고 골드글러브와 실버슬러거를 각각 4차례 수상한 슈퍼스타 출신이다. 2014∼2015년엔 워싱턴 구단 지휘봉도 잡았다.
격이 맞지 않을 수도 있는 아시아의 먼 나라에 왔지만 그는 ‘계급’을 떼고 소통과 믿음으로 자세를 낮추며 선수단, 프런트의 마음을 샀다. 이종열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선수들 스스로 움직이게 만드는 외국인 감독만의 장점은 분명히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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