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오페라의 유령’ 록스머스 “K방역, 뮤지컬 역사의 한 페이지 장식했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오페라의 유령’ 록스머스 “K방역, 뮤지컬 역사의 한 페이지 장식했다”

입력
2020.07.14 11:00
수정
2020.07.14 14:12
23면
0 0
[저작권 한국일보]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월드투어에서 '유령'역을 맡은 배우 조너선 록스머스가 유령의 상징인 가면과 함께 포즈를 취했다. 이한호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월드투어에서 '유령'역을 맡은 배우 조너선 록스머스가 유령의 상징인 가면과 함께 포즈를 취했다. 이한호 기자

"팝 음악계에 떠도는 우스갯소리가 있어요. 핵전쟁으로 인류가 멸망해도 바퀴벌레와 가수 셰어(일흔 넘어서도 음반내고 활동한 미국 팝 가수)는 살아남을 거라고. 앞으론 여기에 하나 추가돼야 해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요."

코로나19 시대 전 세계 유일한 '오페라의 유령' 무대, 그리고 유일한 유령인 배우 조너선 록스머스(33)가 던진 농담이다. 또한 자부심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해 12월 '오페라의 유령' 월드투어 부산 공연 때 입국, 지금까지 한국에 머물고 있다. 최근 서울 수송동 한 호텔에서 마주한 그는 "한국에 와 있어서 천만다행"이라며 웃었다.

'오페라의 유령'은 K방역의 상징으로 주목받은 작품이다. 지난 4월 앙상블 배우 2명의 코로나19 확진 판정으로 공연이 중단됐다 다시 막을 올렸을 뿐 아니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한달 연장 공연까지 성사시켰다. 다음달 19일부터는 대구 공연을 이어간다. 원작자 앤드류 로이드 웨버도 감탄해마지 않은 K방역의 힘이다.

그 덕에 록스머스도 'K방역 전도사'가 됐다. "한국 사람들이 얼마나 철저하게 방역 수칙을 지키는지 전 세계가 배워야 해요. 뮤지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이번 공연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습니다."

오페라하우스 지하에 숨어 사는 천재 음악가 유령과 그의 뮤즈 크리스틴. 조너선 록스머스와 클레어 라이언이 연기호흡을 맞춘다. 에스앤코 제공

오페라하우스 지하에 숨어 사는 천재 음악가 유령과 그의 뮤즈 크리스틴. 조너선 록스머스와 클레어 라이언이 연기호흡을 맞춘다. 에스앤코 제공

록스머스는 그래서 더 힘을 낸다. 어렵게 공연장을 찾은 이들 앞에서 음표 하나, 대사 하나 허투루 할 수 없다. 록스머스 유령의 장점은 '드라마틱한 감성 표현'이다. 가면에 가려진 얼굴 대신 손짓과 몸짓으로 풍부한 연기를 해낸다. "군중 속에 엄마를 잃고 혼자 헤매면서 울음을 꾹 참는 어린아이" 같은 느낌을 전달하고 싶다고 한다.

록스머스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배우다. 10대 시절인 2004년 '오페라의 유령'을 보고 단숨에 매료됐다. "외동이라 외롭게 자랐어요. 낯가림도 심해서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고요. 학교에 일찍 가 피아노 치는 게 유일한 낙이었는데 그때 제 별명이 '유령'이었어요. 그러니 '오페라의 유령'이 더 특별했죠."

2011년 록스머스는 마침내 꿈을 이뤘다. 당시 스물네 살, 역대 최연소 유령으로 케이프타운 무대에 섰다. 2012년 필리핀 마닐라 무대를 시작으로 월드투어에도 참여했다. 올해는 유령으로만 500회 공연도 맞이했다. 그는 "감격스러웠지만 다음날 공연을 위해 축하 파티는 소박하게 했다"며 웃었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월드투어는 9월 대구에서 폐막하고 이후 대만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이한호 기자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월드투어는 9월 대구에서 폐막하고 이후 대만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이한호 기자

500회가 넘었지만, 유령이 되는 과정은 쉽지 않다. 가면 속 흉터만 해도 분장팀이 4시간 동안 작업해야 한다. 눈에 흰색 렌즈도 낀다. "특별한 장치 없이 얼굴에 붙이는 가면의 비밀을 알려 달라는 팬들이 많은데요, 저작권까지 등록된 기밀입니다. 더는 묻지 말아 주세요. 하하.”

록스머스는 유령 외에도 '캣츠'의 멍커스트랩,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의 유다, '에비타'의 체, '웨스트사이드 스토리'의 토니 등 주인공을 도맡아 왔다. 하지만 그 어느 것도 유령을 대신하진 못한다. "욕심 같아선 평생 하고 싶지만 최소 5~10년이라도 더 하고 싶다"고 했다.

록스머스도 언젠가 마이클 크로퍼드, 피터 조백, 브래드 리틀 같은 전설급 유령들 사이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까. "우와, 상상만 해도 눈물이 나올 것 같군요." 사랑을 갈구하는 유령처럼 록스머스의 눈빛이 뜨거워졌다.

김표향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