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자살률 1위이다. 특히 노인들의 자살률이 가장 높다. OECD에서 발간한 보고서(Pensions at a Glance 2013)에 따르면 한국 노인빈곤율은 47.2%로 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높으며 평균보다 약 3.7배나 높다.
이러한 기존의 취약성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후폭풍까지 더해져 지금 우리나라 노인들의 정신건강 상태는 최악의 수준이다. 이른바 '코로나 블루'라고 불리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우울증을 대표로 하는 기분 증상군을 넘어 정신건강 전체에 적신호가 들어온 상황이다. 코로나19의 창궐과 노인들이 특히 이 감염병에 취약해서 사망에 이르게 된다는 사실에 노인들은 심각한 공포를 느끼고 있다. 특히 기저질환이 있는 노인들은 더욱 그렇다. 병원에 가자니 감염이 두렵고 병원에 가지 않으면 기저 질환이 악화되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매일 보도되는 사망자 숫자는 노인들을 더욱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더불어 어울려 살던 마을에서 노인을 존중하던 지역공동체는 이미 와해된 지 오래이고 그나마 노인들 끼리 어울리던 마을회관이나 노인정은 코로나19 이후 폐쇄되었다. 감염의 전파를 막아 노인들의 건강을 보호하는 정책인 '사회적 거리두기'는 역설적으로 노인들의 고립을 심화시켜 노인들의 외로움과 소외를 조장한다. 빈곤층 노인들을 찾던 도움의 손길도 끊어진 상황. 경제위기가 심화되면 노인들의 현실은 더 악화될 것이다. 가정에서 돌보기 어려워서 요양시설에서 도움을 받고 있는 노인들은 감염증에 특히 취약한 밀집 집단생활시설에서 살아가는 하루 하루가 두려움의 연속이다.
노인들이 자신들의 신체건강과 정신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먼저 범람하는 모든 뉴스에 현혹되지 말고 공인되고 검증된 사실에만 기초해서 생활하는 것이 좋다. 일상생활의 기본은 유지해야 한다. 즉 수면과 식사는 규칙적으로 하고 가벼운 운동도 꼭 해야 한다. 탁 트인 야외공원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면 감염의 위험은 극히 낮다. 동네 인근의 공원에서 산책도 하고 햇빛도 쬐야 한다. 특히 우울하고 잠이 안 온다고 해서 술의 힘을 빌려서는 안된다. 비대면이라도 가족들이나 친한 사람들과의 교류를 소홀히 해서도 안된다. 전화를 해서라도 소식을 전하고 감정을 표현하며 서로 공감하는 것이 좋다. 만약의 경우에 자신을 도울 수 있는 연락처를 잘 확보해놓고 필요하면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좋다. 필요한 순간에 도움을 구하는 것이 현명한 행동이다.
그리고 정부는 감염병에 국한할 것이 아니라 질병관리본부 독립과 보건복지부 조직개편에 맞춰 이 참에 정신건강과 노인의 문제를 특별하게 반영해서 잘 조직된 국가 보건정책 거버넌스를 구축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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