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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성추행 고소인 '2차 피해' 키우는 언행, 중단해야

입력
2020.07.13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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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12일 서울광장에 마련된 고 박원순 서울시장 분향소를 찾아 조문을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시민들이 12일 서울광장에 마련된 고 박원순 서울시장 분향소를 찾아 조문을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죽음 이후  고소인을 향한 2차 가해가 되거나 사건 본질을 흐리는 발언과 행태들이 잇따르고 있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맑은 분이었기 때문에 세상을 하직할 수밖에 없지 않았나 한다”고 말했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페이스북에 “자신에게 가혹하고 엄격했던 그대를 기억한다”고 적었다. 모두 성추행 의혹이나 피해자는 언급하지 않았다.  진보 성향 역사학자 전우용씨는 페이스북에 “그가 한 여성에게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질렀는지는 아직 모른다. 나머지 여성이 그 같은 ‘남자사람친구’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썼다.  충격 속에 힘든 시간을 보내다 어렵게 용기를 낸 피해자의 고통과 그가 제기한 피해 내용을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 없는 언급들이다.

고인의 죽음을 애도하는 건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공개적으로 고인의 공만 거론하며 심각한 충격 속에 고통을 겪고 있을 피해자를 외면하는 건 2차 가해나 마찬가지다.  민주당이  내건 ‘님의 뜻 기억하겠습니다’는 추모 현수막 문구를 두고 “피해자는 어떻게 느끼겠느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극우 진영에선 고인의 죽음마저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저급한 움직임도 있다. 유튜브채널 ‘가로세로연구소’는 고인이 유명을 달리한 마지막 장소에서 방송을 하며 고인을 조롱했다. 반대 진영에선 고소를 두고 음모론까지 나온다.  우리 사회의 대립과 분열만 심화시키는 이런 극단적 행태는 즉각 멈춰야 한다. 

가해자로 지목된 이가 고인이 된 상황에서 과도한 추모는 진상 규명이나 법적 대응의 명분마저 흔들 수 있다.  피해자가 겪을 이중, 삼중의 심적 고통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 한국성폭력상담소가 “피해자가 말할 수 있는 시간, 사회가 이를 들어야 하는 책임을 사라지게 하는 흐름”이라며 서울특별시장(葬) 등 그의 업적을 기리는 장과 시민조문소 설치에 반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어떤 추모는 가해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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