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한미연합훈련, 10월 북한 당 창건 기념일 분수령
북한은 미국에 어떤 '크리스마스 선물'을 안길까. 지난 10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담화를 통해 대미 군사 도발을 뜻하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다시 언급하면서 북한의 향후 행보가 관심이다. 하반기 북한의 도발과 북미 비핵화 협상 재개를 둘러싼 남ㆍ북미 당국 간 치열한 수싸움이 예상된다.
크리스마스 선물ㆍDVD… 아리송한 '김여정 언어'?
김 제1부부장의 10일 담화문은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변화된 북한의 대미 전략 '완결편'으로 평가된다.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 철회를 선결 조건으로 제시해 협상 문턱을 일단 높였다. 북미 비핵화 협상의 문이 닫힌 건 아니지만 상대의 태도에 따라 군사 도발이 언제든 가능하다는 다층적 메시지를 담았다.
특히 김 제1부부장은 특유의 '이중적 표현'을 통해 군사 도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김 제1부부장이 "미국은 대선 전야에 아직 받지 못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게 될까 걱정할 텐데, 미국의 처신에 달려 있다"고 언급한 게 대표적이다. '크리스마스 선물'은 지난해 12월 3일 리태성 북한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 담화에서 언급되는 등 북한의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발사 같은 대미 전략 도발과 연계된 대명사로 쓰이는 단어다. 다만 북한이 지난해 연말에도 언어 도발 수위만 높이고 실제 도발을 감행하지 않아 이번 담화 표현 역시 '단순 경고'라는 시각도 있다.
"미국의 독립기념일 행사 DVD를 소장하고 싶다"는 김 제1부부장의 발언도 이중적 메시지로 봐야 한다. 일단 'DVD 소장' 자체에 방점을 두고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친분을 과시한 표현이라거나, 향후 북미 간 물밑 접촉을 뜻한다는 희망적 해석이 있다.
그러나 북한이 2017년 7월 4일 ICBM급인 '화성-14형'을 시험 발사한 점도 주목해야 한다. 미국의 독립기념일(7월 4일)을 겨냥한 대미 도발이었던 만큼 이를 환기시키려는 목적도 있기 때문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은 오는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식이라는 최대 행사를 앞두고 있는데, 미국 독립기념일을 참고하도록 DVD를 보여달라는 다의적 표현”이라며 “당 창건 기념일에 맞춰 전략무기를 공개할 수 있다는 대미 압박도 담겼다”고 해석했다.
북미ㆍ남북ㆍ한미관계 8,10월 등 ‘고비’
하반기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 북미 비핵화 협상을 재개하기 위해선 몇 차례 고비가 예상된다. 당장 오는 8월 예정된 한미연합군사연습 실시 여부에 대한 한미 수뇌부의 결단이 필요한 상황이다. 김 제1부부장이 대화 재개 선제 조건으로 사실상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북한도 딜레마에 처해 있다. 북한이 북미관계를 대화로 끌고 갈 의지가 강하면 평양종합병원 건설과 같은 경제적 치적을 알리는 데 치중하고, 북미 간 긴장을 높이려 한다면 전략무기 공개에 힘을 쏟을 가능성이 높아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도 북미대화는 조심스러운 입장이기 때문에 향후 미국 대선 진행 상황을 보고 대응 수위를 조절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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