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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 쉬운 식품ㆍ의료기기 이야기] 술지게미, 이젠 식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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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 쉬운 식품ㆍ의료기기 이야기] 술지게미, 이젠 식품이에요

입력
2020.07.13 18:00
수정
2020.07.13 18:3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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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안희 식품의약품안전처 주류안전정책과장

막걸리를 거른 뒤 남은 지게미가 이젠 식품으로 자리잡게 됐다. 게티이미지뱅크

막걸리를 거른 뒤 남은 지게미가 이젠 식품으로 자리잡게 됐다. 게티이미지뱅크


어려운 시기를 함께 했던 아내를 뜻하는 ‘조강지처’의 정확한 뜻은 지게미와 쌀겨로 끼니를 잇는 때를 함께한 아내를 말한다. 조강(糟糠)이란 ‘지게미’와 ‘겨’를 뜻한다. 지게미는 술을 거른 후 남는 곡식 찌꺼기를 말하고, 강은 벼를 찧고 남는 껍질의 잔해 즉 쌀겨를 가리킨다.

1960년대까지 음력 4~5월이면 매년 먹을 것이 부족해 춘궁기를 겪었다. 미스터트롯 정동원군이 ‘아야 뛰지 마라~ 배~꺼질라~ 가슴 시린 보릿고개길~’ 로 온 국민의 마음을 아리게 한 노래 가사처럼 먹을 것이 부족해 술도가에서 나오는 술지게미를 먹고 대낮에도 술 취한 사람처럼 빨개진 얼굴로 돌아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먹을 것이 넘쳐나 지금은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는 오늘날 대부분 버려지거나 동물사료로 쓰이는 술지게미가 탄수화물ㆍ단백질ㆍ지방의 3대 영양소뿐만 아니라 식이섬유 등이 풍부한 고부가 가치 원료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별로 없다. 술지게미가 가치가 높다는 것이 알려졌지만 규제 때문에 식품이나 화장품 원료로 사용하기 어려웠다.

술지게미는 알코올분을 1도 이상 함유하고 있어 주세법에 따라 주류에 해당되어 지게미를 판매하려면 30% 주세와 10% 교육세에다 10% 부가가치세를 별도로 내고 정해진 유통 경로를 거쳐야 했다. 소주ㆍ맥주 등을 취급하는 주류 도매업자가 냉장시설이 필요하고 이득이 별로 없는 술지게미를 취급할 리 만무해 술지게미가 유통되기란 매우 어렵다.

술지게미를 식품 원료로 사용하려면 식약처뿐만 아니라 기획재정부ㆍ국세청ㆍ환경부가 관련돼 있어 문제 해결이 쉽지 않았다. 이에 식약처가 두 팔을 걷어 붙이고 나섰다. 술지게미가 식품 원료로 사용되면 폐기물이나 주류가 아닌 일반식품으로 유통될 수 있도록 해 빵ㆍ장아찌ㆍ과자 등 다양한 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넘어야 할 산이 또 있다. 주세법상 주류제조장에서는 주류 이외는 생산하지 못하게 제한했다. 술 만들 때 자연스레 나오는 술지게미는 주세 법령상으로는 주류제조장에서 만들면 안 되는 식품이었다. 이에 식약처는 국세청에 주류 제조시설을 사용해 식품인 술지게미를 만들 수 있도록 제안해 관련 규정을 최근 개정했다.

식약처에서도 술지게미를 식품원료로 위생적으로 생산ㆍ유통ㆍ관리가 되도록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관련 업계도 술지게미를 일반식품뿐만 아니라 건강기능식품ㆍ화장품ㆍ사료 등으로 개발하고 있다.

나안희 식품의약품안전처 주류안전정책과장

나안희 식품의약품안전처 주류안전정책과장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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